[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의 1조7000억원 규모 라임 환매중단 펀드 처리를 위한 '배드뱅크' 설립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일부 펀드 판매사들은 출자 비율이나 금액 등의 구체적 안이 정해진 게 없다며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 등 라임운용 펀드 판매사 19곳 가운데 일부사들은 전날 배드뱅크에 참여할 지에 대해 '검토 중' 또는 '아직 의견을 제출하기 어렵다' 등의 취지의 의견서를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금감원은 지난 20일 라임 판매사들과 회의를 갖고 '라임 펀드이관을 위한 신설 협의체' 설립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르면 이번주 설립 논의를 구체화할 계획이었지만 판매사 회신이 지연되면서 설립 일정 지연도 불가피하게 됐다.
판매사들의 배드뱅크 참여 입장차는 펀드 판매 규모에 따라 크게 갈린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등 라임 펀드를 많이 판 6개사들의 경우 참여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직 참여 결론을 내지 못한 판매사들의 경우 대부분 판매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들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판매사들에게 구체적 출자금액이나 규모, 기간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판매액이 적은 곳인 경우 예상치 못한 출자 부담이 있을 수도 있어 배드뱅크 설립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는 참여 여부를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당초 참여사 확정 이후 각사 별 출자비율과 금액, 펀드이관 범위 등 논의를 본격 진행하기로 했던 계획을 일부 수정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매사들의 참여 의사를 받아보니 출자금액 등의 구체적 조건을 제시해달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조만간 판매사들에 이 같은 사항들을 정리해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판매사들 사이에서는 배드뱅크가 설립돼도 라임펀드 회수율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투자자들에 '시간끌기용'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판매사의 책임 회피나 배상지연 문제 등을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모두 쏠릴 수 있다"면서 "판매액이 많은 판매사들은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판매금액이 적은 곳들은 참여 자체가 부담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배드뱅크는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 운영되는 금융기관이다. 부실화된 금융사가 보유한 각종 담보물을 통해 유가증권을 발행하거나 담보물 매각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라임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는 4개 모펀드와 173개 자펀드이며 환매 중단 규모는 1조6679억원에 이른다. 우리은행(3577억원)과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등이 전체 판매액의 64%를 차지한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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