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5·18 왜곡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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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문공부 문건에 ‘선명’
대통령기록관서 단독 입수
특조위서 활동 김희송 교수
“진상규명 막은 80위원회가
문건 직접 만들었다고 봐야”
정부 차원에서 1985년 비밀리에 조직한 ‘80위원회’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왜곡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89)은 그동안 일관되게 “5·18과 나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주장이 가능했던 것은 80위원회와 관련된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에서 경향신문이 찾아낸 문건은 전 전 대통령이 80위원회 활동을 보고받는 등 5·18 왜곡에 개입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80위원회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것은 최근이다. 2018년 2월 보고서를 낸 ‘5·18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는 대표적인 5·18 왜곡 조직 중 하나로 꼽힌 80위원회의 활동을 처음 조사했다.
전두환 정권은 1985년 사회 각계에서 5·18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같은 해 6월5일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앞서 그해 5월23일에는 서울지역 5개 대학 학생 73명이 서울 을지로 미 문화원을 기습 점거하고 사흘 동안 농성을 벌이면서 광주학살의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국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쏟아졌다.
1985년 6월15일 청와대 비서관실이 작성한 ‘광주사태 진상 해외홍보 책자 발간계획’ 문건. 오른쪽 상단에 ‘각하께 서면보고필’이라고 적혀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하기 위해 비밀리에 조직된 ‘80위원회’에 직접 관여했음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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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곧바로 안기부 주관하에 범정부 차원의 대책기구를 만들었다. 내무부와 대검·국방부·문화공보부·육군본부·보안사·치안본부, 당시 여당인 민정당 등이 참여했다. 위원장인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을 비롯해 위원 33명으로 가칭 ‘광주사태 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돼 운영됐다.
이들은 5·18 관련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해 정부의 입장을 담은 ‘광주사태 백서’ 발간을 목표로 했다. 5·18 유혈진압의 불가피성에 대한 홍보대책 마련도 중요한 임무였다. 정부는 5·18 대책기구를 만든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감추기 위해 80위원회라는 위장명칭을 사용했다.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 80위원회의 활동은 현재 남은 자료가 거의 없다. 국방부 특조위가 확인한 문건은 단 3건에 불과했다. 일부 자료에는 ‘사태 발발 및 확대요인, 군 병력 투입에 의한 진압 불기피성’을 중점 홍보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공부 계획과 같다.
국방부 특조위에서 활동했던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자료가 부족해 80위원회 총괄을 총리실에서 했다는 것과 참여 정부 기관 등만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위원회 활동이 당시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그동안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공부의 계획은 80위원회에서 만든 것으로 봐야 한다”며 “80위원회에 참여한 문공부의 계획을 청와대가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의 문건은 전 전 대통령이 5·18 왜곡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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