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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이어 다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가운데 북측이 열흘째 김 위원장의 행보를 밝히지 않고 있어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그의 건강상태를 둘러싸고 엇갈린 해석이 나오면서 '북한 리스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2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신변과 관련한 질문에 "(어제) 북한 내부의 특이동향이 식별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는데 그 입장은 오늘도 유효하다"고 답변했다. 전날 청와대가 "김 위원장은 현재 측근 인사들과 지방에 체류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건강이상설을 뒷받침할 만한 특이동향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수술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거듭 "특이동향이 식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 관영매체에서 김 위원장의 건재를 확실하게 알리기 전까지는 루머와 추측이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원에게 생일상을 보냈다고 전했지만 김 위원장의 사진이나 영상은 보도하지 않았다. 앞서 북측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 18·19일에 시리아·짐바브웨 대통령에게 각각 축전을 보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통상적인 동정보도일 뿐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 주요 매체들은 22일에도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에 기반한 보도를 내놓았다. 미국 NBC방송은 복수의 자국 정보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이) 심장수술 후에 정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김 위원장의 고혈압 등 증세가 악화돼 프랑스 의료진이 지난 1월 방북한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반해 미국, 중국, 러시아 정부는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우리(미국)는 모른다. 그가 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CNN방송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그것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해당 방송사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같은 날 러시아 매체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언론 보도를 봤다. 이 보도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모른다"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를 내놨다. 전날 중국은 겅솽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김 위원장의 와병설에 대해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열흘 넘게 김 위원장의 동선을 밝히지 않은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그때마다 건강이상설이 돈 것은 아니어서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비교적 간단한 의료 시술을 받았지만 정상적 활동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고향인 원산 등지에 마련된 특각(별장)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그가 지난 11일 건강이 검증된 소수 인원이 배석한 당 정치국 회의에는 모습을 비친 반면 비교적 많은 인원이 참석한 실내 행사인 김일성 주석 생일 참배에는 불참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다른 쪽에서는 김 위원장이 외부 행보를 지속하면서도 이를 보도하지는 않는 식으로 주요국들의 대북정보 수집 능력을 시험해보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이른 시기에 공개 행보를 재개하며 건재함을 증명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9월에도 최고인민위원회 제13차 2차 회의에 불참했고 매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해왔던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참배를 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김 위원장이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40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신변이상설을 불식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시리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는 답전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해 주목된다. 이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108번째 생일을 맞아 축전을 보내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는 내용의 답전을 보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답전의 발송일은 '4월 22일'이다. 다만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동안에도 간략한 동정을 사진·영상 없이 전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RC-135W(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이틀 만에 다시 한반도 상공으로 출동한 것으로 드러나 김정은 건강이상설과의 관련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항적 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군 RC-135W가 이날 서울과 경기 남부 상공 등을 비행했다. 미군은 최근 들어 부쩍 대북 감시 정찰기 운행을 늘리고 있다.
[김성훈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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