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시장의 충격에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경기가 상당기간 좋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다시 높아진 모습이다. 그동안 강한 회복세를 보였던 글로벌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25포인트 상승한 100.2를 기록했다. 이달 9일 이후 9거래일만에 다시 지수가 100을 넘어섰다.
올해 초 97 수준을 유지했던 달러 인덱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안전자산에 수요가 높아지면서 지난달 중순 103 근처까지 치솟았다. 각국 증시가 공포에 질린 패닉셀링을 겪고 있을 때,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는 고공행진을 했다. 이후 각국이 잇따라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등을 쏟아내면서 시장이 진정된 모습을 보이자, 달러 인덱스는 다시 100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이는 주요 원인은 유가 하락이다. 전날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5월 인도분 WTI 유가 선물은 10달러 선에서 만기를 맞았으나, 6월물이 전날 대비 43.3% 하락한 11.57달러로 거래를 마치면서 또다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원유 공급은 많은데 이를 소화해 낼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은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번졌다. 이에 미국 증시도 3%대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마이너스까지 찍으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줄었고, 무엇보다 미국 셰일업체들의 부도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향후 경제 위기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달러를 추가로 사 둬야 할지를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전날보다 3.6bp(1bp=0.01%포인트) 하락한 0.569%를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유가 하락 외 또다른 변수가 시장을 움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이 증시 하락의 대표적 원인을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오직 유가 하락만을 미국 증사가 하락한 원인으로 보기엔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업종은 에너지가 아닌 IT"라고 밝혔다.
하 연구원은 "다른 원인이 유가 급락에 가려져 있는 것은 아닐 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단기 반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 및 기업 파산 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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