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신변 이상설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16일부터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김일성 주석의 108번째 생일이자 북한 최대 명절인 4월15일 태양절에 그가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이후 태양절 행사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에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3대가 권력을 세습했다. 혈통이 곧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북한체제 수립의 주역이었던 김일성 탄생기념행사에 후계자가 불참한다는 것은 막가는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불참했다면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봐야 정상이다.
우리 정부와 중국 공산당은 "김 위원장이 건재하다"는 시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CNN 보도 직후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도 "김 위원장이 현재 위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1일(현지 시각)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우리는 모른다"고 했다. 또다른 우리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강원도 별장에 머물면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고 12일에는 군을 시찰하는 장면이 조선중앙TV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이 다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4년에도 김 위원장은 당창건 기념일(10월 10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고 건강이상설이 나돌았는데 곧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때에는 국가정보원이 김 위원장의 참배 불참에 대해 "발목에 생긴 물혹제거 시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김위원장이 다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김일성의 탄생기념행사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 뭔가 설명이나 변명을 해야하지 않을까. 권력의 정통성을 혈통에서 찾는 체제다. 할아버지 탄생기념행사에 불참했다면 그 이유를 놓고 뭔가 설명이 있어야 북한 주민들도 납득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그저 외부세계 시각으로 바라본 상념일뿐 북한이란 곳은 상식밖의 세계다. 김정은을 대상으로 어떠한 의문도 제기할 수 없는 곳이다. 김정은은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아무런 설명도 변명도 필요없는 곳, 북한은 독재자에게만 참 편리한 땅이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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