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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마이너스 유가' 충격…6500억 규모 DLS '손실조건'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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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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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로 추락하면서 이와 연계한 DLS(파생결합증권)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진다.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을 기초로 한 DLS 모두가 손실 조건에 해당하는 녹인(knock-in)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손실 가능성이 있는 WTI 연계 DLS 규모만 6500억원 가량이다. 이 상품들은 만기때 원유 가격이 상품 발행 당시 가격보다 오르지 않으면 대거 손실을 보게 된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에 마감했다. 전일 종가인 18.27달러보다 56달러 폭락한 가격이다. 유가 선물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COVID-19) 충격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원유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 5월물 만기를 앞두고 롤오버(5월물 매도-6월물 매수) 수요가 급증한 것이 5월물 가격을 마이너스까지 떨어트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제 유가 충격으로 이와 연계한 파생상품 우려도 커진다. 대표적 상품이 DLS다. DLS는 주가지수, 원자재, 금리 등 다양한 자산 가격과 연동해 일정 기간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가격 범위 안에 있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통상 DLS는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가격의 70~80% 이상이면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녹인 레벨(보통 최초 가격의 40~50%)까지 떨어지면 최초가격 대비 만기 가격만큼 수익을 지급한다.

최초가격보다 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얻는 상품 구조지만 최근 연이은 국제 유가 급락으로 DLS 손실 위험도 커졌다.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선이던 WTI는 3월초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실패 소식에 30달러선으로 급락했다. 3월말부터는 20달러선까지 내려오더니 급기야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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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21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WTI 선물 차트를 바라보고 있다. 2020.4.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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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상당수 유가 연계 DLS에서 녹인이 발생한 상황인데, 이번 마이너스 유가 사태로 녹인 레벨을 한참 뚫고 내려가면서 WTI와 연계한 DLS에서는 모두 녹인이 발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WTI 연계 DLS의 미상환 잔액은 9237억원이다. 이중 노낙인(No Knock-in) 등 녹인레벨 0%인 상품을 제외하면 녹인 조건이 포함된 DLS는 총 6469억원 규모다. 녹인이 발생한 상품은 당장 손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기때 원유 가격이 최초발행가격보다 낮으면 그 비율만큼 손실로 계산된다.

WTI 외 브렌트유와 연계한 DLS까지 포함하면 실제 녹인이 발생한 상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브렌트유 가격 역시 올해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아니더라도 최근 유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대부분 유가 연계 DLS는 녹인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벌어지면서 DLS 투자심리는 한층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지난해만 해도 유가 연계 DLS의 인기는 높았다. 공모상품 기준 지난해 WTI 연계 DLS는 1조5100억원, 브렌트유 연계 DLS는 1조2393억원 발행됐다. 월평균 각각 1258억원, 1033억원꼴이다.

하지만 유가가 급락한 지난달 WTI 연계 DLS 발행규모는 112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이달에는 단 2건 11억원 어치만 발행됐을 뿐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유가 변동성이 워낙 커진 상태라 이와 연계한 DLS를 찾는 고객이 거의 없고 영업지점에서도 추천하지 않는다"며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유가 연계 DLS의 신규 발행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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