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마다 다른 공무원 인건비 삭감, 논란 확산
부산 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과 직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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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긴급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인건비는 깎으면서도, 국회와 청와대, 국무조정실 등 이른바 힘있는 기관의 인건비는 그대로 유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국회 통과 뒤, 나머지 기관들의 인건비도 집행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비난 화살을 피하기 위한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2차 추경 공직자 인건비 삭감 내역’에 따르면, 정부는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공무원 인건비 6,952억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이중 공무원들의 연가 보상비 삭감규모는 3,953억원이었다. 나머지 2,999억원은 공무원 채용 연기로 인건비를 절감하기로 했다.
문제는 공무원들의 연가 보상비 삭감 규모가 부처별로 편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대응 최전선에 있는 질본의 연가 보상비는 삭감하면서 국회와 청와대 국무조정실 등 상위 부처의 연가 보상비는 한 푼도 깎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연가 보상비 삭감규모가 가장 큰 부처는 국방부(1,759억원)였고, 경찰청(979억원), 법무부(275억원), 과기부(261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19로 연일 격무에 시달리는 질본과 지방 국립병원도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한 인건비 삭감의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질본은 2차 추경으로 총 7억원의 연가 보상비가, 국립공주병원, 국립마산병원 등 코로나19 대응에 노력하는 지방국립병원들도 수천만원 안팎의 인건비가 줄줄이 삭감됐다.
하지만 청와대, 국회, 국무조정실 등의 연가 보상비는 한 푼도 깎이지 않았다. 이들 부처는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기관들로 정부가 공무원 인건비를 깎으면서 부처별로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신속한 추경 심사를 위해 연가 보상비 감액 부처를 최소화하려다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추경 편성 작업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재정사업이 추경안에 포함된 20개 중앙행정기관의 연가보상비만 감액했다”는 것이다. 또 “추경에 반영되지 않은 나머지 34개 기관의 연가 보상비는 추경 국회 통과 즉시 예산집행지침 변경을 통해 연가 보상비가 지급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가 공무원 인건비 삭감 규모를 이미 확정한 마당에, 나머지 기관의 연가 보상비를 굳이 깎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면 추경 편성과정에서 미리 예산집행지침을 변경하고 이를 공개해 불필요한 논란 제기를 막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해명이 사실과 다르고, 예산집행지침 변경도 정부 월권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위원회는 정부 해명과 다르게 추경안에 재정사업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인건비가 삭감됐다”며 “추후 예산집행지침을 변경하겠다는 것도 국회의 예산심의와 상관없이 임의로 예산 집행 내역을 조절하겠다는 것으로 국회 예산심의를 무력화하는 나쁜 선례”라고 주장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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