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CNN의 보도는 그 내용을 뜯어보면 화들짝 놀랄 일도 아니었다. 제목과 달리 본문에는 김 위원장의 중태를 직접 확인하는 코멘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내용은 "이 문제를 직접 알고 있는 미국 관리에 따르면 미국은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있다는 정보를 주시하고 있다", "다른 미국 관리는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신뢰할 만한 것이지만 그 심각성은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도이다. 김 위원장이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는 전날 국내 북한 전문 매체의 보도에 대한 미국 관리의 입장 표명 수준이다. 자극적인 제목에 더해 CNN이라는 매체의 영향력이 충격을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실제로 심각한 것으로 나중에 확인될 수도 있겠으나 현시점에서 추정과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예단이 과도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과거를 돌이켜봐도 북한 내부 동향과 관련해 파장을 일으켰으나 훗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대형 오보의 사례도 여러 건 있었다. CNN 보도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정부가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진화에 나선 것도 이런 과민 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경황이 없긴 하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우리 민족의 염원이자 최대의 숙제이다. 국가 간 교류가 급격히 줄고 있는 와중에도 북한과의 방역 협력, 철도 연결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한반도 문제의 '키 플레이어' 중 한 명인 김 위원장의 신변에 문제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이 열흘가량 공식 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상황 파악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은 또 대북 문제의 가변성과 민감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대북 문제는 민족의 생존이 달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우선 사실관계부터 철저히 확인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문제는 그 중요성에 비례해 민감성과 폭발력도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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