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가운데 2021년까지 최대 1000개가 넘는 미 석유 에너지 기업들이 파산할 수 있단 예상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어느 회사가 파산할지 '추측 게임'이 이미 시작됐단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CNN이 인용한 글로벌 에너지 조사기업 '라이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유가가 10달러인 환경에서 2020~2021년까지 1167개의 미국 석유 탐사 및 생산 기업들이 파산을 신청할 것으로 예측됐다. 20달러에서는 533개, 30달러에서는 243개로 분석됐다.
댈러스 연방준비제도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저비용 유전으로 알려진 퍼미언 분지의 기업들조차 이윤을 남기려면 배럴당 평균 49달러의 가격 형성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라이드스타드 에너지가 가정한 '유가 10달러 가정'은 기업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다. 2015~2016년 유가가 26달러까지 떨어졌을 당시 미국에서 100여개 기업이 파산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아템 아브라모프 셰일 연구팀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유가 10달러면 부채를 지고 있는 거의 모든 미국 석유 에너지 회사가 파산신청을 내거나 다른 전략적 기회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유가가 상당기간 20달러선에 머물면서 지난 1일에는 미 셰일 대기업을 꼽히던 화이팅 페트롤리움(Whiting Petroleum)이 파산신청을 냈다. 미 연방파산법 챕터11에 따른 신청으로 채권자들과 22억달러 규모 부채를 탕감하는 대신 자산 대부분을 양도하는데 합의한단 내용이었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인 유가가 지속된다면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파산조차 기대할 수 없게 된단 점이다.
PwC의 미 에너지 분야 리드 모리슨 대표는 "챕터7에 의한 청산이 더 많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돼 즉시 자산매각을 통해 청산 절차에 돌입하는 것을 뜻한다.
화이팅 페트롤리움이 파산신청을 내면서 미국에서는 이미 '다음은 어디가 될지'를 찾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아브라모프 팀장은 "체서피크나 오아시스석유가 파산을 고려한다 해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체서피크는 우선주 배당을 중지했고 오아시스는 올해 시가총액의 90% 이상이 증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은 직원 급여를 최대 30% 삭감하고 경영진을 교체했으며 주요 주주인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에 배당금 대신 주식을 지급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월가의 시나리오대로 최대 1000여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줄도산할지는 저유가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달려 있다.
법률회사 '헤인즈 앤 분'의 부디 클락 에너지부문 공동 대표는 "이 업계에서 1982년 이래 일해온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저유가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V자 모양의 급속한 경제 회복이 나타난다면 많은 석유회사들이 구명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이밖에 대규모 부채로 연명하던 미 에너지 기업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정리되는 것이 낫단 의견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노이버거 버만의 제프 윌 수석 에너지 분석가는 "너무 오랫동안 취약한 기업들이 연명해 왔다"고 말해 파산 물결이 오히려 미 석유 산업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일 수 있단 견해를 드러냈다.
한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이 뉴욕상업거래소 시간 외 거래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오후 10시12분 기준 WTI 5월물은 전 거래일 보다 104.09% 상승한 1.54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앞서 WTI 5월물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마이너스(-) 37.6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가 원유를 거래한 이후 최저가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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