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마이너스 유가' 쇼크 강타…"조기 감산·전략비축유 확대 검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과잉공급 우려 속에 원유 저장 한계 상황

"원유 비축하면 돈 벌 수 있지만, 저장 공간이 없어"

WTI 5월 인도분 만기 시점 도래하면서 폭락

사우디 감산 일정 앞당길 수 있어

미국, 전략비축유 비축 검토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연일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급기야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한층 커졌다. 원유 생산업체들이 재고 처분을 위해 돈을 주고서라도 원유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선물 거래 과정에서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가 등장했지만 시장 상황이 단기적으로는 녹록지 않아 유가 내림세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 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멈춰섰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수요는 지지부진한데 원유는 과잉 공급되면서 더 이상 저장할 곳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다만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마이너스까지 하락한 것은 시장 상황 자체보다는 '선물 만기 이벤트'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선물 투자자들이 21일 WTI 5월물 만기를 앞두고 원유를 실제로 인수하기보다는 오는 6월로 갈아타는 '만기 연장'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CNBC방송은 "겉보기에 유가가 마이너스처럼 보이지만 실제 유가가 보이는 것처럼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6월에 인도되는 WTI의 경우에는 16% 폭락하긴 했지만 배럴당 21.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때문에 5월분 만기가 끝나면 유가는 20달러 선을 곧바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슈퍼 콘탱고 상황으로 설명하고 있다. 콘탱고는 근월 인도분 선물가격보다 이후 인도분 선물가격이 비싼 현상을 뜻하는데, 보통 가격 차이는 배럴당 40~50센트 선에 그친다. 반면 슈퍼 콘탱고는 가격 차이가 10달러 이상 벌어진 것을 뜻한다.


슈퍼 콘탱고 예외적 현상이 발생한 이면을 두고 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가을께 수요가 다소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설명한다. 원유를 쌓아두고 기다릴 수만 있다면 커다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원유 자료 제공업체 케이플러의 레이드 이안손 이코노미스트는 "원유를 저장할 곳만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용선료 역시 폭등하고 있다. 200만배럴을 적재할 수 있는 VLCC의 경우 1년 전만 해도 6개월 계약을 기준으로 하루 이용료가 2만9000달러였는데 이제는 10만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가가 급락세를 보임에 따라 산유국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예정된 감산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협의체)는 다음 달 1일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970만배럴 감산하기로 했는데 일정을 서두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사우디의 즉시 감산 결정은 이미 계약이 체결된 매수자들과 사우디 자체 법률 등이 관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원유 비축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유시장 전문 뉴스레터인 쇼크리포트의 스티븐 쇼크 편집장은 "2주 내 미국 내 원유 저장 공간이 다 찰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 (유가가) 많은 사람에게 매우 흥미로운 수준"이라면서 "전략 비축유를 채울 예정이다. 7500만배럴 채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미 의회는 2조20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안에서 전략 비축유 확보 예산은 제외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원유를) 사들이기 좋은 때"라면서 "의회가 승인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우디로부터 원유 수입을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