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 우려로 배럴당 10달러 선 붕괴 위기까지 놓였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가격은 장중 전 거래일 대비 40% 하락한 배럴당 10.98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약 21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미국 경제 방송 CNBC는 분석했다.
앞서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지난 12일 화상회의를 열고 5~6월 두 달간 하루 97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원유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감소할 원유 수요량이 하루 3000만배럴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공급과잉 사태로 "유조선에 실린 채 바다 위에 떠 있는 재고분만 1억6000만배럴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공급과잉 문제에다 WTI 5월물 계약이 21일로 종료되고 6월물 계약이 시작되는 상황도 가격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이날 NYMEX에서 WTI 6월물 가격은 장중 11% 하락한 배럴당 22.29달러를 나타냈다.
한편 아시아 최대 석유 거래 중개업체인 힌레옹그룹이 유가 폭락 파고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파산 수순에 돌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레옹그룹은 채권단에 빚진 38억5000만달러(약 4조6364억원) 규모 부채 상환을 6개월 연기해달라는 내용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신청 진술서를 지난 17일 싱가포르 고등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채는 힌레옹그룹과 자회사인 오션탱커스가 23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에 진 빚이다. 레옹그룹은 유예 신청 이유에 대해 "주요 재고를 팔아 현금을 마련하려 했으나 유가가 폭락해 충분히 헤지(손실이나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힌레옹그룹의 추락에는 저유가 쇼크도 있었지만 그간 중국계 오너가 회사 수익을 부풀렸다는 회계부정 의혹까지 불거진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 회사는 최근 몇 년 동안 8억달러(약 9750억4000만원)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회장 지시에 따라 이를 숨겨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