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의 시정연설로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안 심의가 시작된 셈이다. 국회 심의에 앞서 당정이 내부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재원을 확정하고 야당과 협상에 나서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민주당 총선 공약대로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려면 13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부 예산안보다 3조∼4조원의 예산이 더 들어간다. 이 중 일부는 마른 수건 짜듯이 기존 예산의 지출을 줄여 짜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민주당이 정부의 '원안 고수' 벽을 넘더라도 야당과 풀어야 하는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전 국민에게 주자고 주장했으나 총선 패배로 사퇴하면서 통합당 안에서 보편적 지급안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고 한다. 재원 조달 방식도 적자국채 발행은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추경안의 국회 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긴급 재난지원금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심정은 절박하기만 하다. 코로나 19발 고용 충격으로 지난달 줄어든 취업자 수가 19만5천명으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일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쉬는 휴직자도 작년 3월보다 126만명이나 급증, 198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든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 임기를 앞둔 20대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전 세계가 코로나 19발 복합 경제 위기로 아우성치는 가운데 우리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누그러뜨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들이 조금만 더 참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협조하면 다음 달 초면 일정한 정도의 생활 방역으로의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경제 위기를 이겨내고 코로나 19 사태로 허물어진 경제 시스템을 복구하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 대응에도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하고 당장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사람들의 민생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 첫 번째 시험 무대가 긴급 재난지원금의 국회 심의다. 여야가 총선 공약에서 '전 국민 지급'을 약속한 만큼 '긴급'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도록 정파를 떠나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지급대상 범위와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기 바란다. 지급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정책 효과는 떨어지고 국민들과 정치권의 거리는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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