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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제동 '스님 일방주의'…강남 '불광사 사태'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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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 신도와 합의깨고 '불광법회' 신임 회장단 임명 강행

법원 가처분…"현 회장단 업무방해 말라"

연합뉴스

'도심 포교' 불광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장기 내홍을 겪는 서울 강남권의 대표 사찰 불광사 소속 스님들이 내부 규정과 신도들 반대를 뒤로한 채 사찰을 운영하려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20일 서울동부지법과 불교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있는 불광사는 1982년 신도 조직인 불광법회를 이끌던 고(故) 광덕스님이 세운 사찰이다.

불광사는 당시 전국의 불자 2만여명이 낸 시줏돈으로 세워졌고, '도심 포교' 근거지로 자리 잡았다.

이 사찰이 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은 2018년 불광사 회주(會主·모임을 이끄는 큰스님)였던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지홍스님의 공금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그는 2013년부터 5년여간 산하 불광유치원에서 상근으로 일하지 않으면서 매달 수백만 원씩 월급을 받는 등의 수법으로 1억8천만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지홍스님은 횡령 의혹으로 시끄러워지자 10여년 동안 맡은 회주 직은 물론 창건주 직을 모두 내려놨다. 그는 그해 10월 유치원 공금 횡령 혐의로 기소됐고, 작년 10월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불광사 스님과 신도 간 갈등은 지홍스님의 횡령 사건에 무너진 사찰 기강을 다시 세우는 과정에서 본격화했다.

신도들 사이에서는 지홍스님 횡령 사건 이후 투명한 사찰 재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스님들 반대로 재정 감사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불광법회 신임 회장단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스님과 신도 간에 합의한 임명 절차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증폭했다.

양측은 2019년 6월 15일 회주가 선임한 추천위원회에서 불광법회 회장 후보자를 선출한 뒤 법회 최고의결기구인 '명등회의'의 동의를 받도록 회칙을 개정했으나 스님 측에서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새 회장 임명을 밀어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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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홍스님 유치원 공금횡령 혐의 (CG)
[연합뉴스TV 제공]



2019년 10월 광덕스님 상좌로 구성된 '문도회'는 2019년 6월 개정한 회칙을 무효화 했다. 이어 회주인 지정스님과 주지 진효스님은 이미 폐기된 1995년 1월 회칙에 따라 신임 회장단을 올 1월 임명했다.

이에 현 회장단에 몸담은 신도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법원에 스님 측과 신임 회장의 업무방해금지 등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양측 주장을 검토한 서울동부지법은 신도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4일 서울동부지법 제21민사부는 불광법회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문도회가 개정된 회칙을 무효로 할 권한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현 회장단이 2019년 6월 개정한 회칙에 따라 후임 회장단이 구성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어 스님 측이 현 회장단의 활동을 방해하지 말도록 했다.

재판부는 제기된 가처분이 종교단체 내부의 문제라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스님 측과 신임 회장 주장에 대해서도 "종교 단체의 내부 지위를 둘러싼 분쟁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안 심리조차 거부할 경우 종교 단체 구성원의 재판청구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광법회 현 회장단은 법원 결정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 "그동안 난맥상을 보이던 불광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며 "2019년 회칙을 기반으로 재정 투명화를 비롯한 신도들의 동참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사찰 운영제도를 지속해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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