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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사회복무요원 제도 취지 못살려…'박사방' 범행 예견된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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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사회복무제도 연구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현수 연구위원 지적

"병무청, 사회복무요원 파견후 사실상 손떼…사회복지 무관 분야 투입 최소화해야"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하루에도 민원인 연락처,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수십 건씩 들여다봤어요. 누가 마음만 먹으면 나쁜 일에 쓸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2017∼2019년 경기도의 한 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이모씨)

"담당 공무원이 자원봉사자 개인정보, 부서 회계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인트라넷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자기가 없는 자리에서도 수시로 업무를 보게 했어요."(2014∼2016년 서울의 한 중앙행정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조모씨)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구속)이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를 알아내 협박하거나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관공서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개인정보를 유출한 공범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한 이들은 "공무원들이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맡기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조씨의 공범 2명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당시 지휘·감독 위치에 있었던 전·현직 공무원 2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에서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개인정보 조회 권한이 있는 ID와 비밀번호 등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취급이 논란이 되자 병무청은 이들의 전산시스템 접속과 이용 등을 금지하는 복무관리지침을 각 기관에 전파하는 등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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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근무 당시 조주빈에게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최모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일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만큼 사회복무제도 자체의 구조적 문제점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0일 박사방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두고 "지자체에 배치된 사회복무요원들을 전문성 있게 관리·감독할 조직 부재가 낳은, 예견된 참사"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과거 공익근무제도가 사회복무제도로 개편된 2008년 보건복지부에서 연구책임을 맡아 독일의 민사복무 제도를 연구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관련 정책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그에 따르면 당초 사회복무제도는 각 지방자치단체 내 사회복지 업무 지원에 초점을 맞추되 일반 행정업무 배치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일반 행정부서에 배치되는 경우도 많았고, 배치 이후에는 종전의 공익근무와 별 차이 없이 사회복무요원의 근태관리와 사고 예방 위주로 운영됐다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병무청은 지자체에 사회복무요원을 배치하면서 관리와 인건비 지출 등을 떠맡기고, 이후 어떤 업무에 배치돼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떼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 행정민원 업무에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되는 한 박사방 사건과 비슷한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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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사회복무제도 개편 당시 정부는 과거 독일에서 운영된 민사복무제도를 참고했다. 독일에서 2011년 징병제가 폐지되기 전까지 시행된 제도로, 현역 복무에 부적합하거나 양심적 병역거부를 신청한 사람을 심사해 사회복지시설에 배치하는 일종의 대체복무다.

한국은 국방부 산하 병무청이 각 기관에 사회복무요원을 파견하지만, 독일의 민사복무제도는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BMFSFJ) 산하기관인 '민사복무청'(BAZ)이 전담했다.

최 연구위원은 "병력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병무청과 달리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부처 소속 공무원들이 직접 관리감독해 현장 실정에 맞는 인력 배치가 가능했다"며 "그래서 복지 수혜자도, 근무자도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독일은 2011년 모병제로 전환했지만, 민사복무청은 이후에도 '가족 및 시민사회 업무청'(BAFZA)으로 개편돼 매년 수만명분의 사회복지 분야 일자리와 자원봉사자를 공급한다고 최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복무가 '군복무 대신 편하게 때우는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데, 이는 그동안 사회복무요원을 어떻게 일선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진지하게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에 대비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복무제도를 애초의 정책 취지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연구위원은 "사회복지와 무관한 지자체 민원업무 분야에 사회복무요원 투입을 최소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대체복무제 도입과 연계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별도 전담조직을 만들어 사회복무제도를 관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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