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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적 공분을 산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아이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웹 소설도 논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19일 누구나 작가가 돼 콘텐트를 직접 팔 수 있다는 A사이트에 들어가 방탄소년단·엑소·강다니엘 등 인기 아이돌 이름을 치니 이들이 등장하는 웹 소설이 다수 검색됐다. 보통 남성 멤버 두 명이 주인공이며 이들의 사랑을 성적으로 풀어내는 설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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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아이돌 간 애정행각 묘사도
인기 남성 아이돌 그룹 멤버 두 명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한 웹 소설에서는 이들 간 애정행각을 묘사했다. 2004년생 한 아이돌 그룹 멤버가 주인공인 또 다른 웹 소설에서는 “혈기왕성한 고등학생에게는…큰 신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할짝대는 ○○(아이돌 이름)” 등과 같은 표현이 쓰이기도 했다.
이 같은 웹 소설은 아이돌 문화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남성 아이돌의 동성애를 다루는 ‘보이스 러브’(BL) 콘텐트가 인기다. 여성 아이돌 멤버가 주인공이라면 ‘걸스 러브’(GL) ‘백합’이라 불린다. 이런 웹 소설에서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애정행위 하는 모습이나 이를 연상시키는 표현이 노골적으로 그려지고는 한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성인 인증을 거쳐야 하는 웹 소설도 있지만 회원 가입 없이도 읽을 수 있는 웹 소설도 발견됐다. 또 열람을 위해 값을 치러야 하는 웹 소설도 있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면 결제하라’는 안내가 뜨는 식이다. 이런 웹 소설로 수익을 내는 이들이 있다는 의미다.
아이돌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들도 아이돌 대상 성인 웹 소설 문화를 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이 성적 대상이 된 웹 소설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다”며 “그런 자극적인 웹 소설에 등장하는 데 동의하는 아이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인지하고 있으나 대처할 방법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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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할 수 없는 건 n번방과 다를 게 없다”
성착취물을 만들어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24).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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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웹 소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변호사들은 설명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는 “민사상으로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을 침해했으니 손해배상 청구와 게시물 삭제 및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희창(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도 “음란물 유포 등으로 정보통신망법 적용을 받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했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웹 소설 문화가 n번방 사건과 유사한 지점이 있다고도 봤다. 그는 “경우는 다르지만 n번방이 곤란한 상황에 빠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나, 공적으로 알려진 유명 아이돌이 이런 문제에 대항할 수 없는 것이나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성범죄에 대응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 의지가 아닌 강제로 성 착취가 이뤄진 것도 비슷하다. 개인 상상 속에서 이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은 이런 웹 소설은 성 착취물로 보인다”며 “성인지 감수성 측면에서도 비난 가능성이 n번방과는 동일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소속사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소속사가 팬이 무서워 이런 문화를 쉬쉬하는 건 백화점이 갑질하는 고객에게 맞는 직원을 방치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저작권 측면으로 접근해 팬이 만든 건강한 양질의 스토리텔링을 소속사가 사는 등 그들을 공공의 공간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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