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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주'를 개발한 메디톡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메디톡신주 일부가 무허가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 판매 중지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웅제약 보톡스가 자사 제품을 도용했다고 주장해왔던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검찰로부터 전격 기소된 데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5월 메디톡신주 품목 허가를 취소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보톡스 시장에서 절반 가까이를 점유한 데다 전 세계 60개국에 판매되는 제품군에 대한 국내 제조·판매·사용이 일절 금지되는 것으로, 허가심사 단계인 중국 진출에도 적잖은 타격이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제2의 인보사 사태'라는 말마저 나온다.
식약처는 메디톡신주 제조·판매·사용을 즉각 중지시키고, 50·100·150단위 등 3개 품목 허가를 취소하는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메디톡신주는 근육경직 치료와 주름 개선 등에 사용되는 보툴리눔톡신 제제다. 메디톡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매출 2066억원 중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매출은 1917억원으로 전체 중 약 93.1%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하나금융투자 추정치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매출만 1162억원으로 전체 중 56.4%에 이른다.
식약처가 이번 절차에 돌입한 것은 한 공익신고가 계기가 됐다. 지난해 5월 메디톡스 전 직원 A씨가 국민권익위원회에 '메디톡신주 시험성적서 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다. 이에 식약처가 관련 내용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17일 검찰이 메디톡스와 정 대표, 공장장 A씨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식약처는 검찰로부터 해당 범죄사실 등 수사 결과를 제공받은 뒤 품목·위반사항을 확인해 약사법 62조 2호 및 3호 위반으로 품목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 정 대표는 불구속 기소, 공장장 A씨는 구속기소 상태다. 검찰은 메디톡스가 무허가 원액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허가 내용과 원액 허용 기준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식약처는 제품 사용을 중지해 달라고 전국 의료기관 등에 안전성 서한 또한 배포했다. 메디톡스의 또 다른 제품인 이노톡스 등도 시험성적서 조작 혐의로 제조업무정지 3개월 행정처분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식약처는 이노톡스는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효성분 함량이 낮아 안전성 우려는 적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시 자료 조작 가능성이 큰 항목의 데이터 변경 이력을 추적,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매출 비중이 과반인 메디톡스가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제제 3개 중 2개가 식약처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디톡신주는 2006년 식약처 허가를 받은 첫 보툴리눔 톡신 제제이자 주력 제품으로, 현재 약 60개국에 판매 중이다.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이노톡신 또한 메디톡스 차세대 제품군으로, 기존 보툴리눔 톡신 제제와 다른 액상 제형이다. 2013년 다국적 제약사 엘러간에 기술수출됐으며, 내년 1월께 종료를 목표로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마디로 미래 성장 전략 전반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라며 "메디톡신주는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허가심사를 받고 있는데, 5월께 국내 허가가 취소되면 중국 허가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메디톡신주를 투여받은 환자와 주주가 대규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메디톡스가 그동안 대웅제약과 벌이고 있던 보툴리눔 톡신 도용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는 2016년 "전 직원이 반출한 보툴리눔 균주를 대웅제약이 불법으로 취득해 사용 중"이라며 2017년 국내 소송을 진행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도 제소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4~7일 재판이 열려 양측 의견을 들었고, 오는 6월 5일 예비판정을 거쳐 10월에 최종 결론이 내려질 예정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식약처 행정처분 결정 사항 등을 법무팀과 파악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정슬기 기자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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