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엔 막대형 바코드인데 왜 QR코드 쓰나" 일각서 문제 제기
투표자 정보수집 주장 근거 없으나 법-현실 괴리 없게 법 수정 필요 지적
바코드와 QR코드 비교 |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사전투표용지의 QR코드에 대한 문제 제기가 4·15 총선(제21대 국회의원 선거)때도 반복됐다.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 선관위명, 일련번호 등이 조합된 33∼34자리 숫자 및 영문자가 들어가 있는 QR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시대외침 방송'이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이모 씨는 "명백히 공직선거법을 어기며 투표용지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기표하게 만들었다"며 "(선거법상) 바코드가 인쇄되게 돼 있는데 QR코드가 인쇄돼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여러 정보가 담긴 QR코드를 사전투표용지에서 절취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투표용지에 찍은 기표와 QR코드가 전자개표기를 통과하면서 이미지로 남게 된다. 참으로 겁이 난다. QR코드가 어떻게 악용될지는 중앙선관위만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주장은 앞서 2018년 지방선거때도 제기된 바 있다.
우선 관련 선거법 규정을 살펴보자.
선거법 제151조는 사전투표 용지와 관련해 "투표용지에 인쇄하는 일련번호는 바코드(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의 기호를 말한다)의 형태로 표시하여야 하며, 바코드에는 선거명, 선거구명 및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명을 함께 담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코드'라는 표현과 함께, 괄호 안에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의 기호'라는 설명을 명확히 달아 놓았다.
이씨 등의 주장은 결국 '선거법이 규정한 막대 모양의 바코드 대신 QR코드를 쓴 것은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QR코드에 투표자 개인정보는 담지 않기 때문에 비밀투표의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이나 특정 후보를 찍은 유권자 정보가 선관위에 들어갈 우려는 없다. 다만 선거법에 명시된 문구 그대로 정확하게 선거 사무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측면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중앙선관위는 17일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한 회신 문서를 통해 QR코드는 "2차원 바코드"라며 QR코드도 바코드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훼손 시 2차원 바코드의 복원력이 막대 모양 바코드에 비해 우수한 점, 막대 모양이 숫자 1과 유사하여 특정 정당 후보자 기호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전투표용지에 2차원 바코드를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거법이 '바코드'에 대해 '막대 모양의 기호'라고 구체적으로 규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관위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선관위는 "향후 불필요한 오해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선거법의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지적 사항 중 일부는 타당성이 있음을 인정하는 입장을 밝혔다.
바코드 관련 선거법 문구를 수정하는 방안은 현 20대 국회에서 추진됐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8월 대표발의했으나 아직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선거법 개정안은 '바코드'에 대한 괄호 안 설명 중 '막대 모양의 기호'를 '기호'로 바꾸는 방안을 담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이창림 수석전문위원과 정성희 전문위원은 2018년 11월 '선거법 개정안 검토 보고서'에서 이 법안에 대해 "법 문언과 법 집행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측면에서 바람직한 입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취지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QR코드의 사용 근거를 명시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QR코드를 통해 특정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개인정보가 선관위에 들어가게 된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용지 2차원 바코드(QR코드)에 어떠한 개인정보도 수록되어 있지 않고, 이를 통해 선거인을 특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하단에 바코드가 들어간 21대 총선 사전투표 용지 |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jhcho@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jh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