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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전국서 400만명 몰린 ‘2차 개학’… 원격수업 접속장애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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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학교 녹화강의 시청 대체 / 초등생은 ‘부모 개학’ 우려 현실로 / EBS 클래스 등 로그인·재생 지연 / ‘위두랑’ 내내 먹통… 접속도 못해 / 교육부, 당일에야 안내공문 ‘빈축’ / 신규 확진자 나흘째 20명대 기록

“잘됐다마.”

16일 오전 9시25분쯤 서울 용산초등학교 5학년 창의반 교실에 갑작스레 할머니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9시30분 시작 예정인 1교시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직전 집에서 아이의 원격수업 준비를 돕던 조모의 음성이 노출된 것이다. 할머니 도움을 받던 이 학생은 수업 중 기기 조작 문제로 교사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고 채팅으로 알리기도 했다. 송미경 담임교사는 쉬는 시간 중 아이 할머니에게 전화해 한참 설명하다 다시 아이와 직접 통화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아이는 맞벌이 부모 자녀였다. 이날 수업 중 가족 도움을 받는 모습이 확인된 학생만 4명이었다.

세계일보

온라인으로 만난 선생님·친구들 전국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등학교 1~2학년이 2차 온라인 개학을 한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교사가 학생들과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2차 온라인 개학이 진행되면서 전국 고 1∼2, 중 1∼2와 함께 초등학교 4∼6학년이 일제히 원격수업에 들어간 가운데 많은 초등학생이 학부모 도움을 받는 모습이었다. 기기조작 미숙, 집중력 부족 등의 문제로 초등 온라인 개학이 결국 ‘부모 개학’이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용산초는 이런 사정 때문에 최근 학부모 대상으로 원격수업 준비 연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학교 김경미 교무부장은 “지난주 토요일에 열린 연수에 학부모 95%가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도 아이들이 수업 중 집중력을 잃는 것까지 막기 힘들어 보였다. 일부 학생이 수업 중 하품을 하거나 근처 침대에서 베개를 끌고 와 한참 안고 있다가 다시 침대에 던져놓는 모습도 보였다. 김 교무부장은 “(원격수업이) 교실에서 하는 수업보다 낫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현 상황에선 최선”이라고 했다.

용산초의 경우 전 학년 대상으로 매일 1교시 이상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의무 진행한다. 그러나 대개 학교가 녹화 강의 시청 등 단방향 수업 위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이날 전체 수업을 유튜브·EBS 영상 시청으로 대체했다. 해당학교 6학년 송모양은 “화상으로 (양방향) 수업하는 줄 알았는데 40분짜리를 10분으로 줄인 유튜브 영상을 봤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16일 오전 강원 춘천시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사가 온라인 수업 사이트 접속 실패를 호소하는 학생의 전화를 받고 있다. 1차 온라인 개학에 이어 이날도 많은 학생과 교사가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에 접속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연합뉴스


그나마도 EBS온라인클래스, e학습터, 위두랑 등 공공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은 이날 오전 서버 오류 탓에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EBS온라인클래스는 이날 오전 9시52분 일부 영상 재생 지연이 발생해 10시37분 정상화됐다. e학습터는 서울, 대구 등에서 오전 9시쯤부터 30분여간 로그인이 1∼2분 소요되는 현상 등 오류가 있었다. 위두랑은 과부하로 오전부터 접속이 아예 차단됐다. 다만 이런 문제가 국소적 범위에 그쳐 이날 서비스는 원활했다는 게 교육부 내부 평가였다. 박백범 차관은 “‘먹통’ 현상만 없이 지나간 것만 해도 정상적으로 이뤄진 걸로 본다”고 말했다. 김유열 EBS 부사장은 플랫폼 운영을 평가하면서 “NHK 등 외신에서 취재를 올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당국 인식은 실제 접속, 수업 참여에 불편을 겪은 교사·학생 입장과 온도 차가 있다. 교육부는 400만명 학생이 원격수업을 듣게 되는 2차 개학 당일인 이날에야 접속장애 때 출결 방법, 대체학습 제공 등 방안을 담은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보내 ‘늑장 대응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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