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TV |
“직업이 공무원이죠?”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현우) 심리로 'n번방 사건' 피고인 천모(29)씨의 첫 재판이 열렸다. 천씨는 재판장의 물음에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그렇다고 답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천씨는 10여분간 열린 재판 내내 몸을 재판부 쪽으로 돌려 앉았다. 방청석에서는 A씨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다. 천씨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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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씨측 “혐의 모두 인정, 증거 일부 부동의”
이날 공판에서 천씨 측은 검찰이 기소한 공소 사실 전부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증거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다가 재판 중간 변호인이 “피고인의 의사를 반영한다”며 의견을 조금 수정했다. 천씨가 피해자 한 명의 경찰 조서 중 일부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다. 재판부가 “어떤 부분을 어떤 취지로 동의하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다. 변호인은 “피고인과 접견을 통해 그런 내용을 빨리 의견서로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천씨가 피해자 진술 조서에동의하지 않으면 피해자를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야 할 수도 있다. 검찰 측은 “피고인 측이 제출하는 의견서를 보고 난 뒤 증인 신청 여부를 말하겠다”고 재판부에 전했다.
검찰이 이날 낭독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천씨는 미성년자 등과의 성관계를 촬영하고, 미성년자에게 신체가 드러난 사진을 찍도록 권한 혐의를 받는다. 또 만13세의 미성년자를 협박해 자신에게 연락하게 하고 영상을 찍게 했지만, 피해자가 거부해 그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먼저 기소된 n번방 사건 피고인들과 사건을 한 재판부에서 맡아 달라고 병합신청을 냈지만 재판부는 “병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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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회복 위해 수사기록 달라” 요청…재판부 “의미 없을 것”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피해자와의 피해 회복을 위해 수사기록을 열람·복사해달라는 신청서 냈다”며 변호인에게 말을 건넸다. 이어 “기록은 증거조사가 안 이뤄져 재판부에 오지 않았고, 열람·복사를 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상 피해자의 전화번호나 주소 등 개인정보는 어차피 다 가리고 피고인 측에 제공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접촉 등에 쓰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기록복사 보다는 피해자 변호사들과 논의해보라”고 말했다.
피해자 중 10명의 변호를 맡은 신진희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피고인이 양형을 구할 때 보통 합의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까 피고인 변호인이 말한 것도 그런 취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변호사는 “피해자들도 모르는 전화를 받으면 보이스 피싱 등으로 오해할 수 있고 놀랄 수 있어서 천천히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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