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샤오미 잇따라 OLED TV 출사표내지만… "올해 시험대"
지난달 26일 전세기편으로 중국 광저우에 들어간 LG디스플레이 엔지니어 290여명은 2주 격리를 거쳐 최근에야 공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각국이 강도 높은 이동 제한, 예외 없는 격리조치를 벌이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은 항공사별로 일주일에 노선 1개만 운항을 허용하고 있다. 중국에 가고자 하는 국내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가 빠른 시일 내 전세기를 확보, 추가로 엔지니어를 투입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만드는 LG디스플레이가 파주와 함께 핵심 생산기지로 삼으려는 광저우 공장 본격 가동은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전경. 당초 1분기 가동하려던 계획이 코로나 변수로 2분기로 밀린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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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업체들의 패널 수요도 쪼그라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TV 업체들의 2분기 패널 구매량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업체별로 구매량 추정치가 2월에 제시했던 것 대비 15~2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중국을 넘어 미국·유럽 등 전 세계 TV 주요 수요처로 확산한 것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폴 그레이 옴디아 연구원은 "당초 올해 TV 출하량이 완만하게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한 달 전부터 코로나로 인한 공급 우려는 잠잠해진 반면 수요 붕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런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옴디아는 이에 따라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이 전년(2억2290만대)보다 1.1% 증가한 2억2540만대에 이를 것이란 당초 전망을 2억350만대로 수정했다. 당초 전망치보다 10% 가까이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 가운데 OLED TV 출하량은 기존 450만대에서 350만대로 22% 넘게 하향 조정했다. 통상 패널 출하량이 TV 출하량보다 10~15%가량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LG디스플레이의 올해 패널 출하량은 회사 측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600만대는 커녕 500만대도 버거울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광저우 공장 본격 가동을 통해 지난해 330만대 수준이었던 OLED 패널 출하량을 올해 600만대 중반으로 2배가량 늘릴 것이라며 "대형 시장에서 OLED를 대세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최근 화웨이가 처음으로 OLED TV를 출시하며 출사표를 던졌고, 샤오미·샤프·비지오도 올해 첫 제품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OLED TV를 내놓거나 조만간 출시 계획을 밝힌 회사는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등 총 19개사다.
증권전문가들은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LG디스플레이가 올해 흑자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증권사들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매출액 22조9202억원, 영업손실 379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1조3594억원)에 비하면 그 폭은 줄어들지만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오는 23일로 예정돼 있는 올해 1분기(1~3월) 실적 발표에서도 매출 5조1703억원, 영업손실 3821억원을 각각 올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분기 기준으로 흑자 전환 시기는 이르면 올해 3분기로 추정되고 있으나 이 역시 패널 수급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는 수요 부진에 따라 실적이 악화할 수 있겠지만 하반기에는 샤오미의 OLED TV 출시, 광저우 공장 가동 효과 등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와 별개로 올해 OLED TV는 중요한 시험대에 섰다"면서 "LCD 가격이 지속 하락하면서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TV 가격 매력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OLED 기술적 특징을 살리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5인치, 65인치 OLED TV 평균 판가는 각각 1620달러, 2590달러였다. 75인치 LCD TV 평균 판가(1924달러)와 비교해볼 만한 수준이다. 대화면을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를 감안한다면 왜 같은 가격에 더 작은 TV를 선택해야 하는지 그 기술 격차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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