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삭제 성공해도 흔적이 남아"
흔적 남아도 증거인멸죄 적용 어려워 문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영상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기록을 삭제해 달라는 회원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MBN 뉴스 방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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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영상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기록을 삭제해 달라는 회원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MBN 보도에 따르면 디지털 포렌식을 활용해 이른바 '박사방' 사건 등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디지털장의업체에 온라인 기록을 삭제해달라는 문의가 늘었다.
보도에 따르면 박사방, n번방 회원으로 추정되는 회원들이 텔레그램 기록을 지워 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호진 디지털장의업체 대표는 인터뷰에서 "어떤 의뢰자는 한 건에 1억 원을 준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며 "게시물 삭제해 달라는 가해자에게 '법의 판결을 받아라', '우리는 삭제해 줄 수 없다'라고 말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 기록 삭제를 넘어 디지털 포렌식 자체를 방해하는 안티 포렌식에 대한 요청까지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티 포렌식은 크게 물리적인 파괴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록을 숨기는 방법이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삭제에 성공해도 흔적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박우영 산업기술재산보호전문가 디지털포렌식국장은 "특정한 구간의 데이터만 나오지 않는다거나 삭제한 흔적이나 덧씌우기 등 인위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것은 인지가 된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피의자가 증거를 지운 흔적이 남아도 증거인멸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타인의 형사 사건에 대한 증거 인멸은 처벌돼도, 자신의 사건에 대한 인멸 행위는 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증거 인멸 행위 자체는 구속 사유가 되고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인멸의 우려가 큰 디지털 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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