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 감산 합의가 이뤄져 “미국 내 에너지 부문 수많은 일자리가 살아나게 됐다”며 트윗을 날렸다. 이날 열린 긴급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ㆍ러시아를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원국은 일일 생산량 기준 970만 배럴 감축에 합의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증권거래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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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시작 때 제안됐던 1000만 배럴엔 못 미쳤지만 역사적 숫자란 점은 변함이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일평균 8212만 배럴이다. 전체 원유 생산량의 10% 넘는 규모 감산에 ‘원샷’ 합의가 이뤄졌다. 단일 회의에서 나온 감축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모두에게 최고”라며 추켜세웠지만 시장 반응엔 온도 차가 있었다. 13일 오전 10시 41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34포인트(0.56%) 내린 1850.36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 닛케이 500지수도 230.93포인트(1.18%) 하락한 1만9267.57을 가리키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0.43%), 선전종합(-0.74%), 대만 자취안(-0.59%) 역시 동반 하락 중이다.
북미ㆍ유럽에 앞서 먼저 문을 연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내리막이다. 미국 주요 기업의 실적이 발표되는 ‘어닝시즌’ 개막을 앞두고서다. 미국 상장사는 14일부터 차례로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올 1~3월 경제 충격이 기업에 어느 정도 미쳤을지를 숫자로 처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ㆍ러시아가 벌인 유가전쟁은 국제유가를 20년래 최저 가격인 배럴당 20달러대로 끌어내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불안을 가중시켰다. 이번 감산 합의로 유가전쟁의 급한 불은 끈 셈이 됐다. 하지만 이런 ‘낭보’에도 미국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한파는 가시지 않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기업의 올 1분기 '어닝 시즌'이 시작된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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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인베스트증권의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 장 루이즈 상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뭘 분석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이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답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IB) UBS는 올해 유럽 지역 기업의 순익이 전년 대비 3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우려에 유가 상승도 소폭에 그쳤다. 970만 배럴이란 역사적 감축 합의에도 상승 폭은 배럴당 1달러 선에 불과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23달러(3.9%) 오른 32.71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텍사스산 원유 가격 역시 1.39달러(6.1%) 상승한 24.1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일본 도쿄 시내 증시 전광판 앞을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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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만 치솟았다.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이 불거지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되면서다. 지난 9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금은 온스당 1687.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19일 1469.4달러까지 내려앉았던 금값은 3주 만에 온스당 200달러 넘게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금 선호 현상이 앞으로 심해질 것”이라며 “금 가격이 온스당 2000달러를 연내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 금융거래시장은 성금절·부활절을 맞아 10일과 13일 휴장한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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