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
이런 와중에 지난 주말 사전선거 투표가 있었다. 코로나19 변수로 본선거 당일을 피하려는 유권자들로 인해 사전선거 투표율이 다소 높을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26.69%까지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년처럼 사전선거 투표율이 그대로 본선거 투표율을 끌어올릴 것인지, 아니면 본선거 투표율을 잠식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혹여 높은 투표율로 이어진다면 이번 총선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선거결과도 결과지만 이 와중에 보여준 한국민주주의의 힘은 곧 세계적인 관심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1대 총선 결과를 어떻게 읽는 것이 합리적인 설명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는 여야 정치권의 전략적 전망치나 의도적인 프레임 전쟁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꾼들의 장삿속' 정도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이다. 국민의 눈으로 읽을 수 있는 21대 총선 결과를 몇 가지 짚어보자.
첫째.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해서 더불어민주당의 과반의석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민주당 압승'이라는 결과를 얻는다면 '촛불의 힘'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주도권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반대로 민주당 과반의석이 실패로 끝난다면 미래통합당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차기 대선까지 통합당이 다시 전열을 정비해서 '반문(반문재인) 총력투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둘째, 비례정당 의석수도 눈여겨봐야 한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거대양당 독주를 막기 위해 '연동형 비례제'를 채택했으나 거대양당에 의해 '꼼수 비례당'이 창당되면서 당초의 선거법 개혁 취지는 짓밟히고 말았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이런 사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그럼에도 거대양당 편에 설지, 아니면 거대양당에 회초리를 들지가 관건이다. 꼼수와 편법이 통할지 아니면 실패할지는 지금의 현실정치를 읽는 지표에서도 중요하다.
셋째, 지난 20대 총선에서 구축된 '제3지대 정치'의 흐름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이슈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로 인한 정치실종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그래서 제3지대 정치가 잠시 국민의 시선을 모았지만 내부의 역량부재로 사실상 파산이 난 상태다. 민생당은 존재감조차 미미하며 국민의당은 제3지대 정치의 분열주의 세력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서 근근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아니면 사실상 완전한 붕괴로 이어질지 잘 지켜볼 대목이다. 정의당의 선전 여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끝으로 하나만 더 짚어본다면 총선 투표율이다. 높은 사전선거 투표율이 본선거 투표율을 끌어올려서 역대급 투표율을 보인다면 이는 어느 한 쪽으로 '응징표'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심판론'과 '황교안의 통합당 심판론'이 충돌하고 있는 시점에서의 총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악의 국회라는 20대 국회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강하다. 따라서 높은 투표율이 어느 한 쪽을 응징하는 것이라면 총선 이후 정치권 지형변화의 결정적 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개헌과 선거제도 논의도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바람보다 먼저 일어섰던 우리 국민이다. 이번에도 그럴까.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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