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격전지 청주 흥덕 ‘중량급 현역 빅매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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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해유.”
5일장인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신동현(60)씨에게 지역 표심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특유의 ‘충청도 화법’을 구사하며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신씨는 “이 동네 어른들은 선거 직전까지 ‘모르겄슈’하다가 찍을 때가 다 돼서야 슬쩍 본심을 이야기한다”며 “다른 주민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옥산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모르겄슈. 마음속으로 결정은 했는데 얘기할 순 없지”라고 했고, 생선가게 주인은 “그런 건 뭣 하러 물어봐유. 투표는 할 건데 나는 잘 모르것슈”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8일 청주 흥덕 지역을 밀착 취재했다. 이 지역에선 중량급 현역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친문 핵심'으로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충북지사 출신으로 원내대표까지 두루 역임한 정우택 미래통합당 후보 간의 양강 구도가 형성돼 충북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청주 흥덕 민심을 주민들로부터 직접 듣긴 쉽지 않았지만, 역대 총선 결과는 '민주당 우위'를 가리킨다. 20대 총선에서 도 후보가 당선되기 전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민주당 계열 후보로 나서서 내리 3선을 했다. 도 후보는 민주당의 16년 아성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반면 정 후보는 도지사 출신의 ‘인지도’를 앞세우며 탈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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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힘 있는 여당 의원”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청주 흥덕 지역 후보. 박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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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전하세요.”
8일 오전 7시 청주 흥덕구 오산사거리.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투명 입 가리개를 착용한 도종환 후보가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인근 산업단지로 가는 트럭 운전사들 다수가 도 후보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 승용차를 타고 지나가던 젊은 부부도 도 후보 옆에서 창문을 내리고 “화이팅하세요”라며 인사했다.
도 후보는 코로나 19 여파로 대면 접촉이 여의치 않자 출근길 차량 인사를 택했다. ‘접시꽃 당신’이란 유명 시(詩)를 지은 도 후보는 시인이란 장점을 내세워 매일 아침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를 한편씩 올린다. 그는 “미발표작 중심으로 올리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시를 올리는 감성과는 별개로 도 후보는 '힘 있는 여당 후보'를 강조한다. “코로나 19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지방정부와 빠르게 대책을 만들 수 있는 여당 후보를 택해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도 후보를 지지하는 주민들도 그런 부분을 높게 평가한다. 봉명동에서 12년간 거주한 이동우(54)씨는 “세종에 KTX역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지역의 오송역이 확 죽는다”며 “정부에서 밀어붙이면 야당 의원이 민심을 대변해 막아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도 후보는 상대인 정 후보에 대해 “4선 의원인 데다 충북도지사를 지내 지역 내 인지도가 굉장히 높다”면서도 “청주 상당구 국회의원이 갑자기 공천을 받아 넘어왔다. 흥덕구에 대해 속속들이 모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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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16년 민주당 아성 깬다”
정우택 미래통합당 청주 흥덕 지역 후보. 박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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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많이 파셨어요?”
8일 오후 2시 봉명동의 한 칼국수 집을 찾은 정우택 후보가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주인이 “오늘도 별로예요”라고 답하자 정 후보는 “제가 꼭 당선돼서 흥덕을 확 바꾸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통합당을 상징하는 핑크색 마스크와 점퍼를 착용했다. 운동화 밑창도 핑크색이었다. 하지만 밝은 느낌의 복장과 달리 그는 유권자들과 만날 때 시종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라 경제 사정이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웃음을 짓겠느냐. 지역 주민들 볼 면목이 없다”며 “당선되면 경제 정책을 많이 다뤘던 경험을 바탕으로 흥덕구를 풍요롭게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정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이른바 ‘인물론’을 내세운다. 그는 “그동안 흥덕에서 민주당세가 강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떤 면에선 지금까지 우리 당 후보가 조금 약체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엔 인물론에서 앞서가기 때문에 바닥 민심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4선 의원인 정 후보의 이력은 화려하다.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원내대표와 당 대표 권한대행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고 2006년 지방선거에선 충북도지사에 당선되는 등 행정 경험도 많다. 옥산면에 거주하는 임모(67)씨는 “도종환 후보가 장관을 했어도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정우택 후보는 도지사를 한 양반이라 훨씬 낯이 익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상대인 도 후보에 대해 “시인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주민들에게 쉽게 풀어서 하는 능력이 있다”면서도 “행정이나 정치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분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면에선 다소 취약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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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 변수
거리 유세하는 도종환·정우택 후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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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도 후보가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지난 5일 야권 단일화로 김양희 무소속 후보가 사퇴하며 변수가 생겼다.
지난 4, 5일 청주KBS-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도 후보는 49.9%를 기록해 33.2%를 기록한 정 후보를 오차범위(±4.4%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반면 같은 시기 국민일보‧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에선 도 후보가 42.8%, 정 후보가 39.2%로 오차범위(±4.4%포인트)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KBS는 후보 단일화 직전 조사를 마쳤고, 국민일보‧CBS는 후보 단일화 직후 여론도 반영됐다고 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6일 지역 토론회에서 도 후보가 “우리가 북한보다 미사일을 더 많이 쏜다”고 발언한 것도 논란거리다. 당시 지역 토론회에서 정 후보가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이 미사일을 38번 쐈는데, 평화의 물꼬가 아니라 미사일 물꼬를 튼 것 아니냐”고 발언하자 도 후보는 반격 차원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후보는 “북한 인민무력부 대변인이 얘기하는 것 같이 들렸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어떻게 북한이 얘기하는 말을 바로 그대로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도 후보는 “청주 비행장에 F-35A를 2대 들여올 때마다 북한이 미사일을 2발씩 쏜다”며 “그렇다고 우리가 전투기를 들여오지 않아야 하느냐. 평화를 유지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의 딜레마를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김기정·박건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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