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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이 추천한 소설 '세상의 주인' 국내 첫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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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벤슨이 발표한 "세계 최초 디스토피아 미래 소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모든 사람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될 거예요."(프란치스코 교황)

"세속적 가치를 추구하는 단일체제 사회가 어떻게 우리 정신을 파괴하는지 보여주고 경고하는 소설입니다."(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

두 교황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어보라고 추천한 고전 소설이 있다.

바로 로버트 휴 벤슨이 쓴 장편소설 '세상의 주인'(Lord of the World)이다.

12억 가톨릭 신자의 정신적 지주인 교황들이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뭘까?

일단 성공회 사제였던 저자 벤슨이 부친인 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 뒤를 이어 대주교가 될 거란 예상을 깨고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한 사실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 소설에서 악과 싸우는 유일한 주역이 바로 가톨릭 신자들이라는 점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소설이 인본주의와 물질주의를 맹목적으로 추구할 때 인류는 비극을 맞을 것이라는 주제 의식을 통해 인간의 오만함을 경계하고 '신성'(神性)의 위대함을 강조한 점도 바티칸이 추구하는 정신과 맞아 들었을 수 있다.

1907년 발표한 이 소설은 세계 최초 디스토피아 미래 소설로 평가받는다. 조지 오웰 '1984',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보다 30여년 앞서 나왔다. 두 소설과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이 탄생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집필 당시는 산업혁명과 기술 발전, 경제 성장, 무신론과 마르크시즘, 우생학 등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낙관하던 시절이었기에 세속적 휴머니즘을 비관하는 프리즘으로 미래 예측 소설을 쓴 건 충격적이고 신선한 대목이다.

대량 파괴 무기,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 초고속 통신망 등 100여년 뒤 미래를 예측한 것도 놀랍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맹목적 믿음 속에 신성과 초자연성이 무시되는 정신적 변화를 예언한 점이 더욱 예리하다.

통일 제국 이전에 아메리카공화국, 유럽연합, 동방제국으로 천하가 삼분한다는 예상도 지금 보면 어느 정도 들어맞는 측면이 있다.

연합뉴스


소설은 막강한 권력으로 세계를 통일한 인본주의 세력과 그에 맞서는 소수 가톨릭교 신자들의 투쟁기가 주요 뼈대를 이룬다.

미국 버몬트주 상원의원 출신 펠센버그가 전쟁 직전 위기에 처한 동방과 서방의 화합을 끌어내며 세계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그는 세계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물질주의와 인본주의가 지배하는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반기를 드는 세력을 억압한다.

이 체제에서 신성과 초자연성, 종교는 미개한 것으로 여겨지고 인간의 무한한 능력은 찬양된다. 심지어 새로운 세계 정부는 사상 통합을 내세워 종교인들을 폭력적으로 탄압한다. 여기에 강력히 저항하는 유일한 세력은 프랭클린 신부가 이끄는 소수 가톨릭 신자뿐이다.

과연 양측의 대결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세상의 주인' 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벤슨의 지적 통찰과 신성에 가까운 예측력이 빛난 소설이지만 어색한 부분도 있다. 예컨대 3대 세력은 오늘날 미국, 중국, 유럽연합과 유사하나 신성 배척을 추구하는 통일 주도 세력이 미국인들이라는 점은 다소 맞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은 리버럴 물질주의에서 탈피해 청교도 보수주의 종교 국가로 점점 회귀하려는 경향을 띠지만 중국은 유물론을 신봉하고 종교를 억압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모습이다.

세계 다양한 언어로 292개 판본이 존재했지만, 한국에 이 소설이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책 판매액 일부는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에 기부된다.

당대 영국 최고 지식인이자 천재였던 벤슨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5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천재 요절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폐렴 증세 등으로 43세에 타계했다.

유혜인이 옮겼다. 메이븐 펴냄.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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