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이날 회견은 통합당 차명진(경기 부천병)·김대호(서울 관악갑) 후보의 막말 논란을 사과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위원장은 “참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회견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보태겠다는 대학생을 이해한다”, “하숙비 등 여유가 없는 대학생이 대다수다” 같은 말로 청년 지원 카드를 언급했다. 익명을 원한 통합당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제안이 아니라, 원래부터 김 위원장이 갖고 있던 생각”이라며 “의도하진 않았지만, 김대호 후보의 막말 대상이 된 30·40 세대나 차명진 후보가 거론한 ‘세월호 텐트’ 발언에 민감한 젊은 세대에게 어느 정도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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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들은 김 위원장의 이날 제안을 ‘프레임 전환을 위한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막말 논란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정부·여당의 경제 책임론을 부각하기 위해 새 이슈를 꺼냈다는 것이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새 이슈를 들고 나왔다. 김 위원장이 전체적인 프레임을 바꿔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 실망한 2030의 표심을 잡는 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20대 부동층이 40%에 달하는데, 이들에 대한 유인책으로 이런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이 재원 조달 방식으로 ‘긴급재정명령’을 선택한 것도 주목된다. 통합당은 이날 “대통령이 긴급재정 명령권을 발동하면 신속하게 지급할 수 있다”(신세돈 공동 선대위원장)고 강조했다. 전국 대학(원)생은 약 330만여명으로, 이들에게 100만원씩 주려면 3조원이 넘는 재원이 필요하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궁극적으로 재정 집행은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것이다. ‘우리는 돈을 주고 싶은데 문 대통령 등 집권세력 때문에 못 주는 것’이라는 구도를 짜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대전 유성갑에 출마한 장동혁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장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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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승민 의원은 대학생들에게 100만원씩을 주자고 한 김 위원장의 제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김포 홍철호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100만원이 아니라 200만원, 300만원도 드리고 싶지만 이런 것은 원칙의 문제다. 김 위원장의 제안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7일에도 유 의원은 황교안 당 대표의 '1인당 50만 원 지원' 주장에 대해 "표를 매수하는 악성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했었다.
현일훈·박현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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