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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자사고 쌍방향 수업 한다는데" 온라인 개학날 불만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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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3·중3 온라인 개학일인 9일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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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틀어주는 게 무슨 개학인가요. 앞으로 EBS 틀어놓고 자거나 다른 인강(인터넷강의) 들을 것 같아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양은 9일 온라인 개학에 대해 "문제가 너무 많아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수업 대부분이 EBS 강의 영상만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A양은 "학교에선 선생님이 앞에 있으니 집중하게 되는데, EBS를 틀어주면 누가 열심히 듣겠느냐"며 "차라리 '일타 강사' 인터넷 강의을 듣는 게 낫겠다"고 했다.



"EBS, 유튜브 영상만 올리고 학교수업이라니"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9일 전국 고3과 중3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시스템 불안정으로 EBS 온라인 클래스 등 학습사이트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영상이 끊기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단지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수업의 질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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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부산 한 고등학교에서 고3 교사들이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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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의 중학교 3학년 최모(15)양도 이날 모든 수업을 EBS 영상으로 들어야 했다. 최양은 "영상만 나오니까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지 못했다"며 "친구들은 출석 체크만 하고 수업은 안 듣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수업 마지막에 퀴즈만 풀면 출석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굳이 EBS 영상을 다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불만이 폭주했다. 한 학생은 "거의 EBS 영상 올리거나 유튜브 동영상 링크 던져주는데 이걸 수업으로 취급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이미 방학 때 봤던 EBS 강의를 또 들어야 하니 딴짓을 할 수밖에 없다.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학습사이트에 올려둔 문서 파일을 읽는 것으로 첫 수업을 했다는 학생도 있었다.



다른 학교는 쌍방향 수업한다는데…'학교 격차' 불만



학교마다 수업의 격차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인프라를 갖춘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수업 질적 차이가 벌써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자사고인 신일고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다른 학교에서 쓰는 '줌(zoom)'과 같은 강의 플랫폼은 교사의 얼굴과 강의 노트 정도만 보여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 칠판 앞에 서서 수업하는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학교 재단이 사이버대를 운영하고 있어 방송 장비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 학교 모상경 교사는 "개학 연기가 이어지면서 정부 발표 전부터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며 "미리 연습을 거쳤기 때문에 전체 3학년 수업의 60%를 실시간 수업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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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일고에서 교사가 온라인으로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다. 신일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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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다수 학교는 실시간 수업이나 자체 영상 제작이 쉽지 않아 EBS 영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들은 학교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고3 학부모 박모(48)씨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조카는 쌍방향 수업이 대부분이라 아이들의 수업 참여가 활발하다고 한다"며 "특목고 같은 곳은 온라인 수업 준비가 진작 됐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일반고라 그런지 EBS 수업이 대부분이다"고 했다.

중3 학부모 오모(50)씨도 "쌍방향 강의를 하면 귀찮으니 EBS만 보여주는 것 아니냐"며 "결국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OO고(자사고)는 쌍방향으로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수업한다는데 인강만 올리는 우리 학교와 비교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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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고색고등학교에서 열린 온라인 개학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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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으로 EBS 수강…'꼼수' 등장



첫 온라인 개학을 경험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벌써 다양한 '꼼수'가 등장하고 있다. 한 학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동으로 학습 사이트에 로그인하고 수업을 끝까지 이수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공유했다. EBS 영상을 1.5배속, 2배속으로 틀어서 빨리 이수하겠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EBS 틀어놓고 사교육업체 인강 봤다"고 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남윤서·전민희·남궁민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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