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갑에서 맞붙게 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이수희 미래통합당 후보. [사진 출처 = 진선미 인스타그램, 이수희 페이스북] |
4·15 총선이 일주일도 채 안남은 가운데 대표적인 여야 '경합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갑에선 사법연수원 선후배 사이였던 변호사 출신 여성 의원들이 누가 강동갑을 '변호'할 것인가를 두고 승부를 겨루고 있다.
강동갑은 지난 17~19대 총선에서 보수 후보가 승리를 거머쥔 지역이다. 18대 대선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51.16%)이 문재인 대통령(48.84%)을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하지만 4년전 총선에서 진선미 후보가 신동우 새누리당 후보를 2.8%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데 이어, 지난 2017년 5월 대선에선 문 대통령(41.18%)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22.1%)를 여유있게 제쳤다.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현역 의원 진선미 민주당 후보(53)는 8일 오전 8시께 암사역사 중앙에 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진 후보는 다양한 연령대의 유권자들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출근길을 서두르던 20대 여성은 진 후보가 인사를 건네자 두 팔을 올려 "파이팅"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 중년 남성은 진 후보를 지나치며 '엄지척'을 보이며 지나갔다.
3선에 도전하는 진 후보는 강동갑 '수성'을 위해 전 여성가족부 장관, 여당 의원으로서 '힘 있는 일꾼'임을 내세우고 있다. 진 후보는 2019년 2월 서울시의 2기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9호선 강일동 구간을 포함시키는 등 19대 지역구 의원으로서 맺은 결실을 강조했다. 진 후보는 "9호선 4단계 조기착공을 책임지고 이끌어온 만큼 끝까지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6일 거리 유세를 하며 유권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사진 출처 = 진선미 페이스북] |
반면 베테랑 변호사지만 국회의원엔 첫 도전하는 이수희 미래통합당 후보(50)는 '서독 광부의 딸'로 자수성가한 워킹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강동갑의 '진짜 일꾼'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강동 엄마 변호사'를 자처한 이 후보는 지난 2일 선거 출정식에서도 "지난 4년간 강동갑에는 국회의원이 없었다"며 "지난 4년간 우리 강동갑 주민들에게 국회의원 하나 없이 외롭게 투쟁하게 만든 그 국회의원을 꼭 심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종편채널에 출연해 부동산 정책 등 현 정부의 정책들을 비판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고, 지난 2018년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위원으로 활동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첫 출마임에도 인지도 높고 팬들도 많아 카카오톡에서 100여 명이 참여한 '이수희후보 팬' 오픈채팅방이 있을 정도다. 이들은 이 후보에 관한 정보를 나누며 이 후보를 향한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수희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난 7일 거리 유세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웃어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이수희 페이스북] |
변호사 출신의 두 후보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다니며 유세를 하고 있지만 '역시 강동갑'이란 말이 나온다. 전통적인 '격전지'인 만큼 유권자의 표심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도 길거리엔 봄을 알리는 벚꽃이 흐드러졌지만 강동갑의 민심은 아직 안갯속이다.
기존에 지지하는 후보가 있더라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인해 늘어난 정당들로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움과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강동역 인근에서 만난 양 모씨(74)는 "예전부터 투표할 때는 사람보단 당을 보고 뽑아왔었는데 이번엔 당이 너무 많아져서 헷갈려 무슨 당을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래서) 이번엔 당보단 사람을 보고 뽑으려고 하는데 이수희 후보가 일을 더 잘할 것 같아 표를 주려 한다"고 했다.
길동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이 모씨(70)는 "늘 투표를 성실히 해왔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누굴 뽑아도 다 똑같을 것 같다는 회의감이 커 이번에는 투표를 하고 싶지가 않다"면서도 "그래도 코로나19 대응을 정부와 여당이 잘하고 있는 것 같아 통합당보다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편이라 진선미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굽은다리역 내에서 만난 황 모씨(68)는 한숨을 내쉬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게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이번 총선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면서 "투표를 한 번도 안한 적 없는데 코로나19 시국에 여당, 야당 모두 못하는 거 같아 투표를 포기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강동에 이사 온 지 1년 정도 됐다는 김 모씨(30)도 "사전 투표를 할 생각이지만 아직까지 어떤 후보를 뽑을지 정하지 못해 이제 검색을 해서 알아볼 생각"이라며 "예전에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했었는데 이번에 당이 바뀌고 많은 당들이 생기고 하면서 정당 지지를 철회하게 됐다"고 답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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