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탈북한 여종업원들이 한국에 도착, 모처로 향하는 모습을 당시 정부가 공개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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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전만 해도 북풍은 선거 주요 변수 중 하나였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려면 강경한 안보관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보수 진영을 결집시킬 수 있는 이슈였기 때문이다. 13대 대통령 선거 전날인 1987년 12월 15일 대한항공 여객기(KAL) 폭파 사건 범인 김현희가 압송돼 입국하는 극적인 장면이 당시 여당 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 당선에 영향을 미친 게 대표적이다. 1997년 15대 대선 때는 당시 여권에서 북측에 휴전선 무력시위를 요청했던 ‘총풍’ 사건이 있었지만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슬아슬하게 당선된 일도 있다.
4ㆍ15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8일 선거 때마다 불던 ‘북풍’이나 ‘신북풍’ 모두 잠잠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선거 이슈를 잠식한 데다, 선거마다 반복됐던 북풍몰이로 국민들의 학습 효과가 쌓여 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총선 주요 키워드에서도 외교ㆍ안보 분야 이슈는 사실상 사라졌다. 2일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후 이날 오후 4시까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회의, 성명, 지도부 유세 등 공식 발언 182건(민주당 60건, 통합당 122건)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언급된 것은 12회(민주당 2회, 통합당 10회)에 불과했다.
북한 역시 잠잠한 상황이다. 총선 당일인 15일은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도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거나 전략무기를 쏘는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총선 결과에 따른 국내 정치 지형 변화와 향후 대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무기 발사 등으로 무리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1987년 12월 15일 오후 2시 김포공항에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가운데)가 입에 대형 반창고를 붙인 채 국가안전기획부 호송요원에 둘러싸여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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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북풍이 불더라도 위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16대 총선 투표일 사흘 전인 4월 10일 6ㆍ15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있었지만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총선에서 패했다. 6ㆍ2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안보위기론’을 띄웠지만 오히려 진보 유권자들이 결집하며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승리했다. 20대 총선 닷새 전인 2016년 4월 8일 박근혜 정부 당시 통일부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발표했지만 유권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선거마다 반복된 북풍몰이는 한계에 달했다고 본다. 북한 발 이슈가 보수층 결집에 일부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선거 판도를 일시에 바꿀 만큼 파괴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풍은 2010년 이후 유권자로부터 멀어진 이슈”라며 “국민들의 학습 효과로 영향이 예전 같지 않고 정치권도 역효과에 대해 학습이 되어 있어 총선 직전에 무리한 카드는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같은 ‘신북풍’은 영향이 있었다. 두 회담은 한반도에 화해 기류를 몰고 왔고, 싱가포르 회담 하루 뒤 치러진 6ㆍ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자리 중 TK(대구ㆍ경북) 2곳만 건질 정도로 참패한 일이 있기는 했다.
역대주요선거와 북한 관련 이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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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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