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피해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죠. 혐오와 편가르기를 유발하고 심하면 개인의 영혼과 생명을 파괴하기도 하니까요. 가짜뉴스로 인한 비극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열국지에도 가짜뉴스를 믿었다가 졸지에 사랑하는 두 아들을 잃은 사람이 나옵니다. 위나라 군주 선공입니다. 그는 정욕을 참지 못했던 색마(色魔)로도 유명합니다. 아버지의 첩과 사통해 아들을 낳았고, 그것도 모자라 아들의 신붓감이 미녀라는 얘기를 듣고 가로채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위인이었죠. 그러다 보니 가족관계가 복잡해졌습니다.
군주가 된 이후 그는 부친의 첩인 이강을 정식 부인으로 맞아들입니다. 둘 사이에서 난 아들이 급자였지요. 하지만 며느리 삼으려던 선강을 취한 뒤에는 이강과 급자에게서 마음이 멀어졌습니다. 선강이 수와 삭 두 아들을 낳자 옛 연인과 큰아들에게 더 냉담해졌습니다. 자기가 낳은 아들을 후계자로 삼으려던 선강의 욕심도 한몫했습니다. 그녀는 어떻게든 이강과 급자 모자(母子)를 끌어내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맏이인 수와 급자가 매우 친했다는 것입니다. 수는 친동생인 삭보다 이복형인 급자를 더 가까이했습니다. 급자와 수는 모두 품성이 올바르고 착했습니다. 반면 막내인 공자 삭은 정반대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기심이 강하고 욕심이 많았지요. 친형인 공자 수 때문에 군주가 되지 못할 처지였지만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지 정권을 탈취할 야욕이 있었습니다.
그는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퍼뜨려 두 형을 죽게 만들고 급기야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나게 한 장본인이 됩니다. 사건의 발단은 급자의 생일에서 비롯됐습니다. 공자 수는 급자와 어울려 술을 마시고 즐겁게 대화를 나눴지만 삭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시기하고 미워하다 보니 형들과 친해질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는 먼저 물러나와 어머니인 선강에게로 가서 눈물을 흘리며 사실과 전혀 다른 말을 합니다. 선강이 민감하게 여기는 곳을 자극했던 것이지요. "제가 좋은 마음으로 수 형님과 함께 축하의 말을 전하는데 급자가 술에 취해 제게 이런 말을 하며 놀렸습니다. 네 어미는 원래 내 마누라다. 그러니 너는 나를 아버지라고 불러야 할 것이야라고 말이에요. 이에 항의하려고 하자 그자가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수치감을 느낀 선강은 위선공에게 대성통곡하며 없던 말까지 보태 탄원합니다. 가짜뉴스의 공통점은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 전달되며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것입니다. 공자 삭의 가짜뉴스도 그랬던 것이죠. "급자라는 놈이 제 몸을 더럽히려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 어머니는 원래 우리 아버지의 서모였는데 지금은 아버지의 아내가 됐다. 너(삭)의 어머니는 원래 내 본처다. 아버지가 빌려간 것이므로 나중에 위나라 강산과 함께 모두 나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요."
깜짝 놀란 위선공은 공자 수를 불러 사실 여부를 물어봅니다. 수는 당연히 사실이 아니라고 대답했죠. 하지만 선강의 말이 꺼림칙했는지 급자의 친모인 이강을 나무랍니다. 아들을 잘 가르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그러지 않아도 남편에게 소박맞아 원통했던 이강은 너무 억울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위선공과 선강, 공자 삭의 횡포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급자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그를 제나라 사신으로 보내면서 암살자들을 시켜 도중에 살해하기로 한 것이지요. 공자 수는 이런 움직임을 의심스럽게 여겨 어머니 선강에게 물어봅니다. 아들을 믿었던 선강은 사실을 실토했고 공자 수는 급자에게 음모를 알리며 다른 나라로 몸을 피할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올곧았던 급자는 아버지의 뜻을 어길 수 없다며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이런 이복형을 불쌍하게 여긴 공자 수는 이별하는 자리에서 급자에게 술을 잔뜩 먹여 잠들게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형 대신 죽음의 길에 오르지요. 급자와 수의 얼굴을 구분할 수 없었던 암살자들은 급자 대신 공자 수를 살해합니다. 급자는 잠에서 깨어 수가 자신의 배를 타고 먼너 떠났다는 말을 전해듣고 부랴부랴 쫓아갔지만 비극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뒤늦게 암살자들을 만난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자청해 죽임을 당합니다. 뜻하지 않았던 결말에 웃는 사람은 가짜뉴스 발원자였던 공자 삭뿐이었습니다. 위선공과 선강은 공자 수까지 죽었다는 소식에 낙심했고, 나이가 많았던 선공은 이 일로 충격을 받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가짜뉴스를 믿었던 죗값을 톡톡히 치른 셈이지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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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 가짜뉴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라임자산운용과 이 회사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은 부실 자산에 투자해놓고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가짜뉴스로 투자자를 속였습니다. 손실이 커지자 '돌려막기'를 위해 저지른 범죄인데 가짜뉴스를 믿었던 투자자들은 결국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습니다. 안타까운 대목은 금융사들이 라임자산운용이 만들어낸 가짜뉴스를 알았을 때 판매를 중단했다면 책임을 덜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가짜뉴스를 묵인하고 동조한 탓에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어느 누구든 가짜뉴스를 덮었다가는 참혹한 대가를 치른다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된 셈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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