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예산을 조속히 편성하기 위해 미래통합당에 긴급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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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 4·15 총선을 앞두고 최대 정국 현안으로 부상했다. 소득에 따른 선별적 지원 대신 전 국민 지원을 앞다퉈 주장한 여야가 이번에는 '현금을 4월 안에 지급해야 한다'며 속도전에 나섰다. 특히 청와대마저 7일 정치권에서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존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15일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여야의 주도권 다툼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6일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넓히자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신속한 지급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과 긴급재정명령권 발동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국민이 가장 빨리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서두르겠다"며 "이를 위해 미래통합당에 긴급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원내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 성패는 속도에 달린 만큼 민주당은 야당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는 대로 대통령에게 긴급재정명령권 발동도 건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야당이 먼저 제기했던 긴급재정명령권 화두를 민주당이 받은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재난지원금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각되면서 야당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똑같이 긴급재정명령권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내자 제1야당인 통합당은 아예 "긴급재난지원금을 총선 전에 지급하자"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내놨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부가 소득 하위 70% 지급 기준을 내놓은 지 일주일도 안돼 민주당이 전 국민 지급을 추진하는 데 대해 "이렇게 오락가락하니 국민은 안중에 없고 총선밖에 생각 안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이어 "전 국민에게 50만원(4인 가구 200만원)을 하루라도 빨리 지급해야 한다"며 "저와 미래통합당은 선거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정부는 선거 전이라도 최대한 빨리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여야가 이처럼 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신속히 지급하자는 공통 목소리를 내는 만큼 향후 여야 협상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초 고심 끝에 소득 하위 70%안을 결정했던 청와대도 사실상 여야의 전 국민 지원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지 않아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국민으로 범위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냐"는 질문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는 여야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칠 것"이라며 "가능성을 닫아 놓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사실상 국회에 일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총선 이후 정치지형이 크게 변할 경우 여야 간 합의가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 여야가 한목소리로 '현금 즉시지급'을 외치지만 총선이 끝나면 여야 모두 상대적으로 냉정한 시선으로 긴급재난지원금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총선 이후 당을 장악한 새로운 지도부나 당내 소신파들이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다른 목소리들을 쏟아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래통합당의 유승민 의원은 이미 공개적으로 황교안 대표의 '1인당 50만원 즉시지급' 주장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한편 정부는 일단 기존 소득 하위 70% 지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가 재난지원금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여야가 합의하면 정부가 대놓고 거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측에서도 100% 일괄 지급 후 재원 일부를 환수하는 외국 복지 사례를 외부 전문가들에게 문의하는 등 태도 전향의 기류가 감지된다. 기재부 근로장려세제(EITC)팀은 영국의 아동수당 등을 포함해 유럽의 다른 관련 사례들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일선 기자 / 김명환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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