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기획에 참여한 이들. 왼쪽부터 남규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 만화가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그리고 이지영 창비 교양 출판부 편집자. 창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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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어떻게 얻어냈는지, 요즘 젊은이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창비) 기획의 시작이었다. 유명 만화가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4명이 참여해 각각 제주 4ㆍ3사건, 4ㆍ19 혁명, 5ㆍ18 광주민주화 운동, 6ㆍ10 민주항쟁을 다뤘다.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자리한 작가들은 “부담스러웠지만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리즈 기획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아이디어였다. 사업회의 남규선 상임이사는 “민주화운동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다 만화를 택했다”며 “주제만 드리고 내용은 작가님들에게 맡겼는데 작가님들이야 말로 너무 진지하게 임해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채팅방으로 계속 소통하고, 세미나를 통해 다 같이 공부하는 자리도 만들면서 애써준 작가 분들 덕에 젊은 세대에 친숙한 책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부담감과 자부심을 토로했다.
‘빗창’으로 제주4ㆍ3사건을 다룬 김홍모 작가가 중심에 둔 건 해녀 이야기. 우리 민주화운동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잘 드러나지 않은 여성 이야기를 되살리고 싶었다. 그는 “일제 때 해녀 항쟁이 있었듯, 해방 뒤 해녀들이 꿈꾼 새 세상이 있었다는 걸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빗창’은 해녀가 전복 딸 때 쓰는 도구를 가르킨다.
‘미생’ 등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는 ‘사일구’를 통해 4ㆍ19혁명을 다뤘다. 윤 작가도 운동의 최전선이 아니라 끄트머리에 있던 관찰자의 시선을 끌어왔다. 그는 “어떤 시위나 집회도 처음엔 대부분이 관람자였을 것”이라며 “관람자에서 참여자로 서서히 바뀌어가는 사람들 모습에 독자들 쉽게 감정이입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영신 작가는 5ㆍ18을 다룬 ‘아무리 얘기해도’를 그렸다. 처음엔 “이미 많은 작품들이 있으니, 나 아니면 새롭게 할 사람이 없겠다 해서 수락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곧 부담감으로 되돌아왔다. 5ㆍ18 그 자체 못지 않게, 현실에선 광주에 대한 왜곡 조롱 폄하가 넘쳐나서다. 마 작가는 “그런 현실을 드러내면서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6ㆍ10항쟁은 유승하 작가의 손을 거쳐 ‘1987 그날’로 정리됐다. 유 작가는 “직접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보니 객관화하기가 어려워 많이 힘들었다”며 “다층적인 이야기라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각계각층 사람들이 참여한, 모두가 주인공인 운동임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들 작가가 한 목소리로 바란 것은 ‘토론’이었다. 민주화운동을 다뤘다고 해서 무조건 장밋빛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시대의 모순과 갈등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려 했다. 윤태호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학교에서 학생들이 이 책을 두고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토론해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주했다”고 말했다.
임수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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