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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에 다 주자는 재난지원금…재정 뒷감당은 누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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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이 ‘보편 지급’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당·정·청은 당초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하지만 대상 선정 과정에서 적절성과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자 총선을 앞둔 여당이 방향을 틀었다. 기존 원칙에 따라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준비 중인 기획재정부는 "제안이 들어오면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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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득 관계 없이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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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선별 지급에 따른 논란 적지않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지역·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일괄지급하자는 얘기다.

민주당은 행정력 소모 및 지급 기준의 모호함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족 기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 부랴부랴 지난 3일 ‘건강보험료 소득 하위 70% 대상, 대자산가 제외’라는 원칙을 추가했다. 하지만 누가 ‘대자산가’인지에 대한 기준은 없었다. 게다가 자영업자에 대한 건강보험료는 2018년 소득으로 책정된다. 코로나 19 여파로 문을 닫은 영세상인이 재작년에 돈을 잘 벌었다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선별지급에 따른 사회적 논란이 적지 않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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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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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제안대로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 선별 작업이 필요가 없어 지급 시기는 단축될 수 있다. 민주당은 빠른 지급을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4‧15 총선 직후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추경 7조원도 빠듯한데...." 부담스러운 기재부



정부는 혼란에 빠졌다. 기재부는 재난지원금 소요 재원 9조1000억원 중 지방자치단체 부담분(2조원)을 제외한 7조1000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준비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추경은 대부분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면서도 “혹시 부족하다면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7조원 마련도 빠듯한데, 여당 요구가 관철되면 돈이 더 들어간다. 여당은 4인 이상 가구 100만원 지급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면 13조원이 소요될 거로 추산했다. 국회가 이미 의결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만으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올해 41.2%가 된다.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인 40%를 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곳간 지기 역할을 하는 기재부 입장에선 뒷감당이 부담스러운 수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상경제회의에서 정해진 원칙에 따라 추경안을 준비 중”이라며 “당에서 공식적으로 제안한 게 아니어서 제안이 오면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7조원 안팎의 추경안을 제출하고 국회에서 증액하는 형태를 띨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도 재난지원금에 대해선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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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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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뀐 '원칙'에 혼란 이어질 듯



당·정·청이 내놓은 원칙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흔들리면서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정·청이 제대로 된 기준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니 국민만 헷갈리게 됐다”고 말했다. 현실론도 있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건강보험료는 최근 소득변동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등 재난지원금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문제가 많았다"며 "현재 상황에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일괄 지급하는 게 현실적이고 대신 연말정산 등을 통해 고소득층 지급분을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벼랑 끝에 몰린 서민 지원이라는 재난 지원금의 취지는 가려지고 정치 논리가 앞서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영세상인과 저소득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며 “선거를 앞두고 지급 기준 논란이 생기니 경제적 효과와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려는 뒤로 미룬 채 선거 국면을 고려해 결국 다 주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하남현·임성빈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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