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이날 발언은 그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지역·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총선이 끝나는 대로 국민 전원이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겠다는 약속과 함께다. 소득 하위 70% 가구에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건강보험료 납부액 기준으로 지급하겠다는 정부와 다른 입장이다. 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지급 방안이라고 민주당은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전 국민에게 50만원씩을 지급하자고 전날 제안했다. 이 대표의 언급은 황 대표의 이 제안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가 재난지원금을 반대하다가 대통령 긴급재정명령권 발동까지 꺼내며 태도를 바꾼 것이나, 이 대표가 당·정·청 협의로 무르익었다고 간주되는 정책 방향과 결이 다른 견해를 지금 공표하고 나선 것은 모두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다들 표만 되면 지르고 본다는 인기영합주의 경합처럼 읽혀 정책 신뢰를 가지기 힘들다. 4인 가구 기준 100만원(민주), 200만원(통합) 지급 시 각기 소요될 예산이 13조, 26조원가량임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거대 양당의 급변침은 포퓰리즘 시비를 떠나서 선거판을 출렁이게 하며 큰 파문을 그렸다. 의제의 무게와 진로 변경 시 예상되는 파급 효과 때문이다. 정부의 소득 하위 70% 선별 방침에서 기인하는 혼선, 불만, 행정력 낭비 우려가 지속하는 상황이다. 두 당의 움직임도 그 와중에 나온 것이다. 코로나 비상시국에 대응한 정부의 비상한 정책 수단은 이런 보완, 수정, 대안 옵션에서 불확실성을 계속 줄여나가야 마땅하다. 민주, 통합당 외에 민생, 정의, 더불어시민당 등에서 앞다퉈 의견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정책 추진 관성을 내세워 정부가 원안을 고수하는 것에만 편의를 느껴선 안 될 것이다. 여러 정당과 정파의 의견을 흘리지 말고 추후 반영할 여지를 둬야 한다. 코로나 경제 대응에서 야당의 건설적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도 유념해야 한다. 여당에서조차 정부 정책과 다른 의견을 공약처럼 내세운 만큼 정부의 열린 자세는 한층 더 요구된다고 하겠다. 정부는 늦기 전에 거대 양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의견에 책임 있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혼선을 줄이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어차피 재난지원금 정책은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의존할만한 경로도 없고 참고할만한 모범답안도 없다. 믿을만한 것은 지원이 절실한 곳에 제때 지원돼야 한다는 원칙 정도다. 논란 최소화와 총선 후 신속한 집행이 답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