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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투자의 창]유가와 상관없이 전기차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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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화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코스닥벤처팀장

서울경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경쟁 우려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개입으로 급락세가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원유의 공급과잉 이슈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셰일오일의 개발로 미국이 1위 원유생산국가로 올라간 상태에서 전기차 등 에너지전환산업의 고성장으로 수요감소가 확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불과 4~5년 전까지 원유수요의 정점을 오는 2050년대 이후라고 보았으나 최근에는 2030년 전후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다. 사우디·러시아·미국의 원유생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유가는 약세를 보일 것이다.

유가의 약세는 관련 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특히 대척점에 있는 재생에너지·전기차 등 에너지전환산업이 받는 영향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유가가 가장 드라마틱하게 급락한 지난 2008~2009년에도 이에 대한 보도들이 많았다. 결론은 유가가 에너지전환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2009년에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145달러에서 34달러로 급락했지만 풍력 설치량은 전년 대비 각각 33%·42%로 급증했다. 태양광도 마찬가지였다. 유가가 회복기에 있었던 2013년에는 풍력 설치량이 전년 대비 오히려 21% 역성장했다. 글로벌 2위 시장인 미국에서 보조금인 생산세액공제(PTC)의 연장 효과가 종료됐기 때문이다. 2014년과 2015년 유가가 재차 급락한 시기에 풍력 설치량은 반대로 각각 45%·23%로 급증했다. 미국의 PTC가 재개되면서 수요도 늘어났고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풍력단지 설치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유가가 재생에너지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로 시장에서는 원유를 이용한 발전 비중이 전 세계의 2% 수준에 불과한 점,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의 연동성도 미약해졌다는 점을 꼽는다. 이는 셰일가스의 생산량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셰일가스 이전 시대에는 유가하락이 천연가스 가격하락을 유발해 천연가스 발전설비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유가와 상관없이 천연가스 가격은 충분히 낮아졌고 재생에너지는 낮아진 천연가스 가격과도 경쟁할 정도로 기술발전이 진행됐다.

전기차도 유가와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아졌다. 다만 지역별로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있다. 유럽은 탄소배출 순제로 정책이 확정돼 있기 때문에 유가가 낮아졌다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은 확정된 탄소배출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전기차 판매를 급증시켜야 한다. 중국도 국가 전체의 정책기조가 전기차산업 육성이기 때문에 유가하락기에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 국가 전체의 탄소배출저감 메커니즘이 없기에 단기 유가급락이 전기차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역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정책에 기반을 둔다.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류의 가장 큰 난제인 것을 고려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기차 시장의 중장기 성장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유가는 더 이상 에너지전환산업의 변수가 아니다. 걱정해야 할 부분은 원유에 의존하는 정유·조선·기계·플랜트 등 구경제산업들이다. 원유의존산업의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전환산업의 비중을 늘리는 길만이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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