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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코로나에 어물쩍 돌아온 ‘일회용 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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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줄자 원물 상품 포장 비닐 줄 사람없어

고객 불만 늘자 당근·고구마 옆에 방치

자율포장대엔 사라졌던 테이프도 등장

인력난·고객 불만에 “어쩔 수 없다”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주부 A씨는 서울 시내 한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감자를 사려고 들렀다. 감자가 흙이 묻은 채 포장돼 있지 않아 A씨는 감자를 담기 위한 비닐을 요청하려고 직원을 찾았다. 하지만 예전보다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줄어 비닐을 받기 어려웠다. ‘감자를 못사나’며 포기하려는 찰라, 감자 옆 당근 코너 구석에 방치된 비닐롤을 발견했다. A씨가 비닐을 뜯어 감자를 넣고 있고 있으니 옆에 지나가던 다른 고객이 그 비닐을 뜯어 아이스크림 3개와 커피 2캔을 넣었다.

헤럴드경제

한 고객이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구매 물품을 종이 상자에 옮겨 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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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일회용 비닐도 어물쩍 우리 생활로 다시 돌아왔다.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감축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거리두기’나 매장 인력 감축 등의 이유로 일회용품들이 매장에 재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기자가 방문한 SSM 3곳과 대형마트 2곳 등 5곳 중에서 일회용 비닐롤이 방치된 곳은 4곳이나 됐다. 대부분 흙이 묻은 원물 야채를 파는 코너 한 구석에 비닐롤이 놓여있었다. 예전처럼 잘 보이고 찾기 쉬운 곳에 있지는 않았지만, 직원들이 비닐롤을 관리하고 있진 않았다. 덕분에 비닐 사용 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4월처럼 속비닐을 가지고 직원과 고객이 실랑이하는 광경은 사라졌다.

최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 실태 보고서’에서도 이마트를 제외한 4개마트가 가장 하위 등급인 F등급을 받았다. 가장 성과가 좋았던 이마트 역시 C등급에 불과했다. 대형마트의 플라스틱 감축 실현 가능성과 구체적 계획 등이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의 일회용품 관리가 느슨해진 것은 코로나19 때문에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SSM 등 유통업체들은 일회용품 사용 규제 발표 이후 원물 야채나 생선, 고기 등 신선식품을 비닐로 재포장하지 않도록 상품 포장에 신경을 써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되자 예전만큼 많은 인원들이 모여 포장에 매달리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매장 관리 인력들도 예전보다 줄어들면서 비닐을 요청할 수 있는 직원을 찾기도 힘들어졌다. 포장이 안된 상품들이 많은데 속비닐을 달라고 하기도 힘드니 고객들의 불만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 이에 유통업체들은 고육지책으로 비닐롤을 야채 코너 한 구석에 놓게 됐다는 전언이다.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리면서 어느 때보다 방문 고객이 소중한 시기에 마트 내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매장 직원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예전처럼 일회용품 관리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커피 전문점들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일시적으로 일회용 컵 사용을 허용하는 등 예외를 두는만큼 유통업계에도 비상시국에 걸맞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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