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잠금 해제가 각종 수사의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사진 애플 광고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텔레그램 n번방’ 경찰 수사와 ‘백원우 특감반’ 검찰 수사에 이스라엘 업체가 해결사로 등장했다. 각국 수사기관에 ‘아이폰 잠금 풀기’를 제공하는 암호 해독 전문기업, 셀레브라이트다.
━
무슨 일이야
· 3월 31일 대검찰청은 검찰 수사 도중 숨진 수사관의 아이폰 잠금을 셀레브라이트의 포렌식 장비를 통해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사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관여 의혹을 받던 지난해 12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 성착취가 일어난 n번방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도 피의자 조주빈의 휴대전화 암호 해제에 셀레브라이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조 씨는 아이폰 암호를 경찰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월 셀레브라이트 제품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스캔들’ 핵심 연루자의 아이폰 잠금을 해제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미국 민주당 정치인(조 바이든)에 대한 비리 조사를 종용했다는 의혹이다.
━
무슨 의미야
· 사건 수사에서 ‘휴대폰 암호’가 중요해졌다. 그러나 제조사는 ‘고객 정보 보호’에 민감하다.
· 애플은 아이폰 암호를 놓고 각국 수사기관과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해군기지 총기 난사범의 아이폰 해제를 놓고,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연달아 “애플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공개 비난했다.
· 스마트폰이 디지털 수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셀레브라이트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수사관들은 중요 증거로 스마트폰 97%, 컴퓨터 53%, CCTV 36%를 꼽았다(중복 응답).
━
누가 쓰지
· FBI는 2012~2019년 200만 달러(약 25억원) 이상의 셀레브라이트 제품을 구입했다고, 미 온라인 매체 바이스(vice)가 보도했다.
· 영국, 프랑스, 마드리드(스페인) 경찰도 주요 고객이다. 미국 뉴욕시는 2018년부터 셀레브라이트 제품을 이용한다.
· 국내에서는 통신장비 수입 업체인 골든엑세스가 유통·마케팅을 정식 대행한다. 민간 아닌 정부 수사기관에만 판매한다.
━
비싼가
· 뉴욕시는 3년간 20만 달러(약 2억 5000만원)를 내고 셀레브라이트의 대표 제품(UFED)을 쓴다. 수사기관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회사가 교육한 직원을 보내주고, 본사가 원격으로 암호를 풀어주는 서비스가 포함된 비용이다. 사용 규모에 비용은 따라 달라진다.
· 암호 해제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3개월. 미 FBI가 우크라이나 사건 관련 아이폰 암호를 푸는 데는 2개월이 걸렸다.
━
악용될 위험 없나
· 회사는 일부 국가의 수사기관에만 제품을 팔지만, 기기가 민간에 유출될 가능성은 있다. 범죄 도구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
· 그러나 셀레브라이트는 ‘기기만으론 빈 깡통이다. 본사가 원격 조종해야 포렌식이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디지털 수사용 아이폰 암호 해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셀레브라이트. 사진 셀레브라이트 공식 블로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어떤 회사야
· 1999년 이스라엘 개발자들이 창업했고 본사도 이스라엘에 있다. 직원 760명, 연 매출 1억6000만 달러(약 2000억원).
· 일본회사 ‘선 코퍼레이션’이 지분 70%, 이스라엘펀드 IGP가 30%를 보유했다.
· 지난해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6억 달러(약 7500억원)로 평가받았다. 글로벌 디지털 수사에서 암호 해제 시장의 50%를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
사장은 뭐래
· 요시 카밀 최고경영자(CEO)는 이스라엘 언론과 최근 인터뷰에서 “내가 누구를 위해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명확하기 때문에, 나는 매일 밤 두 발 뻗고 잔다”고 말했다.
· 카밀 CEO는 “애플ㆍ삼성 같은 기기 제조사와도 잘 지낸다”고 주장했다. “제조사가 수사기관에 고객 기기 정보를 안 줘도, 우리를 통해 수사가 해결되니 이들도 만족한다”는 것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 [팩플] “그래서, 이게 왜 중요해?”
이 질문에 답하는 게 [팩플]입니다. 확인된 사실을 핵심만 잘 정리합니다. [팩플]팀은 사실에 충실한 ‘팩트풀(factful)’ 기사, ‘팩트 플러스 알파’가 있는 기사, ‘팩트를 아낌없이 플렉스(Flex)’한 기사를 씁니다. 궁금한 내용부터 콕콕 짚습니다. 뉴스를 봐도 답답했다면, 이제 팩플하세요.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