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담당 경찰관의 고의적 은폐…책임 물을 유일한 방법"
경기도 화성시 A공원에서 경찰이 지표투과레이더 등 장비를 이용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된 '화성 실종 초등생'의 유골을 수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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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발생 30년 만에 이춘재 소행으로 드러난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참본 이정도 변호사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의 사체와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이를 은닉하는 등 사건을 은폐·조작한 사건 담당 경찰관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30일 수원지법에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변호사는 "사건 담당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방법으로서 국가배상청구를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1989년 7월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 김모(당시 8세)양이 하교 중 실종됐다. 경찰은 5개월 뒤에서야 김양의 책가방과 옷가지 등 유류품을 발견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고, 30년 동안 미제 실종사건으로만 남아 있다가 지난해 이춘재의 자백으로 진실이 드러났다.
특히 당시 형사계장과 형사가 김양의 유류품, 줄넘기에 묶인 양손 뼈를 발견하고도 이를 단순 실종사건으로 축소하는 한편, 허위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수사관들을 사체은닉ㆍ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유족들은 앞서 1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수원지검에 이들을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범인도피, 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 별다른 처벌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경찰공무원이 고의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조작하는 등 위법 행위로 실체적 진실의 규명은 30년 넘도록 지연됐고, 유족은 피해자의 생존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채로 30년의 세월을 보냈다"며 "국가배상 소송을 통해 국가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국가가 배상을 하고, 사건 담당 경찰관들에 대해 구성권을 행사해 이 사건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과거 사건이더라도 국가 공권력에 의해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중대한 인권침해가 자행된 경우 손해배상청구채권의 소멸시효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변호사는 "법원이 이 사건에서도 전향적으로 소멸시효 법리를 판단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과 공권력에 의한 사건 은폐·조작의 진실을 밝히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예방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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