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재원 규모와 조달 방법, 정책 실효성 등을 두고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여당인 민주당과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 청와대가 지급 범위와 규모를 놓고 끝까지 줄다리기한 것도 이런 논란과 맥이 닿아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취지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총선을 앞둔 민주당은 광범위한 지원을 강조했고 재정을 책임지는 기재부 쪽은 중위소득 범위 안에서 지원되길 바랐다. 결국 당의 입장을 수용하되 추가 재원 마련 부담을 덜기 위해 2차 추경은 뼈를 깎는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서 조달하는 방안을 내놓은 모양새다. 국고채 이자 상환, 국방·의료급여, 환경·농어촌·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삭감된다. 2차 추경이나 큰 틀의 예산구조조정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총선 이후 정치권의 협조가 요구된다.
정부가 다른 예산을 깎아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키로 한 것은 코로나19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알 수 없어서일 것이다.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촌 차원에서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남길 상흔이 얼마나 크고 깊을지, 또 언제쯤 길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지 모른다. 최악 상황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최대한 비축해 둬야 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지금 당장도 어렵지만, 미래도 불확실하니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긴급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한 원포인트 성격의 2차 추경 말고도 상황에 따라서는 3차, 4차 추경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투입된 재정의 가성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지급하고, 정책 목적에 최대한 부합하는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큰 틀에서는 정해졌지만, 경계 선상의 지급대상을 확정할 때 조금이라도 뒷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지원금이 엉뚱한 데로 새 나가는 우회로도 빈틈없이 차단해야 한다. 체크카드든, 시기 한정 지역 상품권이든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카드깡'이나 상품권 할인으로 현금화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민생 구제와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의 마중물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이번 비상경제회의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외에도 저소득계층과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해 4대 보험료와 전기료 납부를 유예 또는 감면해주기로 했다. 당장 3월분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공장가동을 멈추거나 장사가 안돼 매출절벽 상황이라도 내야 하는 고정비들이다. 부담을 줄여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내자는 메시지다. 힘들고 긴 터널을 지나 밝은 햇살을 다시 볼 때까지 모두가 꿋꿋하게 버텨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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