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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노동자…낮은 곳, 더 어둡게 드리운 ‘코로나19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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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감염 확산에 더 고통받는 ‘약자’들

이스라엘 경찰, 팔레스타인 의심환자 검문소 밖으로 내던져

SNS에서 퍼져나가며 ‘공분’…가자지구 보건 상황 악화일로

인도 노동자들 “굶어죽느니 고향행” 버스정류장 ‘아수라장’

경향신문

이스라엘 텔아비브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한 팔레스타인 노동자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도심과 요르단강 서안을 잇는 ‘베이트 시라’ 검문소 앞에 버려졌다. 팔레스타인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이 노동자는 약 3시간 방치됐다.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미들이스트아이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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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약자들이 겪는 고통이 더 커지고 있다. 각국이 의료진과 생필품 부족 등에 시달리고, 서로 국경을 걸어잠그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다. 세계 곳곳에서 난민과 빈곤층 등 정치적·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차별과 소외, 경제적 어려움은 더 커졌다.

특히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경찰이 텔아비브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팔레스타인 남성을 이스라엘 도심과 요르단강 서안을 잇는 ‘베이트 시라’ 검문소 밖으로 던져버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고열에 시달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팔레스타인 수도 라말라에서 출발한 구급대가 베이트 시라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퍼져 나갔고 팔레스타인에서는 공분이 일었다. 게다가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 남성이 쓰러져 있는 장면을 목격한 이브라힘 아부 사피아는 지난 26일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에 “움직일 힘도 없어 보이는 사람을 길바닥에 쓰레기처럼 던지고 가버렸다. 공포영화 같았다”며 “국적을 떠나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 아니냐”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강력 항의했다. 이 남성이 치료를 받고 있는 나블루스의 시장 아난 알아시리아는 “이스라엘은 의식도 없는 환자를 길거리에 버렸다. 전쟁범죄와 같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경찰 대변인은 “그 노동자가 불법체류 상태여서 국경 밖으로 인도한 것일 뿐”이라며 “팔레스타인 의료진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도 열악하다. 확진환자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2007년부터 이스라엘에 의해 국경이 봉쇄된 탓에 의료시설과 약품이 부족하다. 전력 공급도 충분하지 않다. 환자가 늘어나면 제대로 된 치료는 기대하기조차 힘들다.

세계 곳곳의 난민들도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시리아 난민촌의 경우 코로나19로 의심되는 환자가 목숨을 잃는 사례가 생기고 있지만 진단키트는 물론 약품도 부족하다. 의료진은 보호장비조차 없어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치료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난민들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라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7000만명에 달하는 난민들에게 코로나19는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수도 뉴델리에선 시골 출신 노동자 수만명이 ‘도시에서 굶어 죽느니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버스 정류장으로 몰려들었다고 인디아투데이 등이 28일 보도했다. 뉴델리 안팎 시외버스 정류장들과 주 경계 및 고속도로 등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노동자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시골 출신 노동자들은 약 1억2000만명으로 청소부, 건설노동자, 인력거꾼, 경비원, 날품팔이 등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동에 종사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한다며 정부가 전국봉쇄령을 발동하면서 일거리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인도 정부는 긴급 생활지원을 위해 22억달러(약 2조6800억원)를 투입한다고 했으나 빈곤층은 눈앞의 한 끼가 아쉬운 처지다. 인도 북동부 알라하바드에 거주하는 키샨 랄은 “며칠째 돈을 벌지 못했다. 청소노동자인 친구는 음식을 살 돈조차 남지 않았다고 걱정한다”고 했다고 BBC는 전했다. 수만명이 한꺼번에 이동에 나서면서 감염 위험을 더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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