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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n번방, 악마를 만든 사회②]"지옥에서 산다"…디지털성범죄는 인격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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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성범죄 육체적 고통보다 더 큰 정신적 고통

디지털성범죄 절반 가까이 '자살 생각'…20% 자살 시행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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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한동안 집 밖에도 못 나가고 스토킹당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한 여름에도 누가 알아볼까봐 꽁꽁 싸매고 밖에 나가야했어요. 저는 고통 속에서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고, 사람도 못 만나는 시기에도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그(제) 영상을 박사방에 올리면서 자기 성욕구를 채운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끔찍합니다"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물 제작·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피해자 A씨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서 한 발언이다. 1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 박사방에서 자신의 노출 사진이 공개되고, 가학적인 성착취 영상을 돌려본 것을 알게된 뒤 느끼는 수치심은 물리적인 성범죄를 훨씬 웃도는 고통이라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는 지난 10년간 약 23배 증가했고, 전체 성폭력 범죄 중 24.9%를 차지하고 있다. 불법영상이 유포된 피해자 절반 가까이(45.6%)가 자살을 생각했고, 이 중 42.3%는 구체적인 자살 계획까지 세웠다. 19.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


박사방 피해자를 비롯해 리벤지포르노와 몰래카메라 등의 디지털성범죄는 최초 유포자를 잡아내도 해당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2차 피해가 필연적이다. 디지털성범죄가 플랫폼을 바꿔 가며 더욱 음성화되면서 퍼져 나가는 특성이 있는 탓이다.


아시아경제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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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텔레그램에 대한 단속이 시작되자 유료 대화방이 디스코드 등 다른 메신저로 옮겨가기도 했다. 일례로 최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구속되자 박사방 자료들은 암호화된 네트워크 '다크웹'에서 거래되고 있다. 판매자들은 텔레그램 아이디를 적어 놓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부진한 수사와 경미한 처벌은 여전히 불법 촬영물의 2차 유포를 확산시키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앞서 정부는 정준영 몰카 사건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2년전에도 디지털성범죄 대책을 마련했다.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청할 경우 선 차단 조치 후 3일 이내 긴급 심의를 통해 신속하게 불법 촬영물을 삭제하도록 했다.


또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물을 촬영 대상자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토록 했다. 영리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한 경우에는 벌금형을 삭제하고 '7년 이하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조항도 만들었다.


하지만 박사방 사건에서 드러나듯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죄의식없이 가학적인 성착취물에 대한 거래를 계속했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물리적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소수에 그치지만, 디지털성범죄는 수만명의 가해자로부터 피해를 입는 상황"이라며 "피해자들은 신체적 고통 못지않게 평생 지옥에서 살고있다"고 전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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