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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불협화음 노사정, 코로나로 ‘반전’ 이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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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엽 “기존 틀 고집 않겠다” 민주노총과 현장 대응책 논의

유럽, 고용유지 등 합의 활발…경총 입법요구안 등 암초 여전

한동안 각자의 길을 가던 노동계와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 상황을 맞아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제껏 노사정 대화가 제대로 자리 잡아 본 적 없던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로 갑작스레 찾아온 위기가 노사정 간 불신과 불협화음을 뛰어넘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조대엽 위원장은 26일 오전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집행부와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피해를 입은 산업현장의 실태와 대응책에 대해 논의했다.

조 위원장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서 머리를 맞대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기존의 틀만 고집하지 않고 노동계와 중층적, 다층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형식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자문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내부 이견으로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짓지 못한 후 줄곧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민주노총의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짧은 허니문을 가진 노동계와 정부는 올 초까지만 해도 갈등을 거듭했다. 지난해 정부가 주 52시간제 적용이나 최저임금 인상을 각각 유예하거나 후퇴시키고,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불참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주 52시간을 넘는 초과 노동이 가능한 특별연장근로제 인가 사유를 확대하자 ‘고용노동부 장관 퇴진’을 요구했다. 정부의 노동계 파트너였던 한국노총 역시 올 초 새 집행부가 출범하며 ‘정부와의 관계 재정립’을 일성으로 내놨다. 하지만 정부는 줄곧 경사노위를 통한 대화만 고집했고, 경사노위에 대한 신뢰가 깨진 민주노총이 이에 불참하면서 이렇다할 결실을 맺는 데는 실패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은 반전되고 있다. 전날 조대엽 위원장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간담회를 열었고, 지난 12~13일에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모처럼 양대노총 위원장을 차례로 예방했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에 양대노총 위원장이 모두 참석했고, 직후 문 대통령과 따로 오찬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노동계와 정부 모두 기민하고 촘촘한 코로나19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 각국은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는 등 대화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전국단위 3개 노조가 관광업 고용유지 대책부터 가사•돌봄 노동자에 대한 생계 대책까지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 14일에는 노사정이 사업장 안전 대책에 대한 합의를 내놨다. 16일에는 정부가 60일간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를 금지한다는 조치를 선포하기도 했다.

대화의 불씨는 지폈지만 암초는 여전하다. 23일 경영자총협회는 경제활력을 위해 ‘쉬운 해고’와 법인세·상속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40개의 입법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노총은 이를 문제 삼아 25일 여당과의 정책협의에 경총의 불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화에 익숙지 않은 분위기 역시 문제다. 특수고용직 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의 생활안정 대책을 지방자치단체별로 내놓기로 했지만, 일부 지자체는 노동계와의 협의 절차를 생략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조가 노동현장 실태를 파악해 전달하면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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