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가정폭력, 가정서 해결할 문제 아냐” 인식 변해도 10명 중 9명 혼자 ‘끙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작년 여성 10% 남성 6% 피해

46%가 “별다른 대응 못해”

재산 공동관리 땐 폭력 줄어

가정폭력 피해자 10명 중 9명은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은 가정 내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라는 인식은 높아졌지만, 막상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고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26일 ‘2019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가부는 2004년부터 3년마다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 말~11월 초 전국 성인 906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여성이 배우자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한 경우는 10.3%로 3년 전보다 1.8%포인트 낮아졌다. 피해 유형은 정서적 폭력(8.1%), 성적 폭력(3.4%), 신체적 폭력(2.1%), 경제적 폭력(1.2%) 순이다. 남성이 피해를 입은 경우는 6.2%였다.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81.5%는 ‘가정폭력은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고, ‘이웃의 부부간 폭력을 목격하면 신고하는 게 마땅하다’고 답한 사람도 88.3%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85.7%는 외부에 한 번도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람들도 그 대상이 경찰보다는 가족이나 친척(7.2%), 이웃이나 친구(3.6%)가 많았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이들은 2.3%에 불과했다.

눈에 띄는 것은 ‘재산 관리’ 방식에 따라 폭력 피해 경험에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부부가 의논해 함께 재산 관리를 하는 경우 어느 한쪽이 주도적으로 재산 관리를 하는 것에 비해 정서적·신체적·성적 폭력 등 모든 폭력의 피해 경험률이 낮았다. 평등한 부부 관계가 가정폭력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배우자에 대한 폭력의 이유로는 여성과 남성 모두 ‘배우자가 나를 무시하거나 내 말을 듣지 않아서’(여성 63.6%, 남성 63.9%)라는 답변이 많았다. 경찰청이 지난해 7월 한 달간 검찰에 송치한 가정폭력 신고 사건 3195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배우자가 이혼이나 별거를 요구하거나 외도를 의심할 때 가정폭력이 많이 발생하고 피해도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가 흉기를 사용해 피해자를 상해·폭행·협박하는 상황이 벌어진 ‘심각단계’ 피해 338건 중 137건(42%)이 이 경우에 해당됐다.

김한솔·고희진 기자 hansol@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