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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함께 이겨내요”…시민 ‘심리방역’ 큰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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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심리지원단’ 눈길

경향신문

“여러분, 힘내세요” 환경보건시민센터 주최로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어린이·청소년 대상 코로나19 예방 노래공연’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감염예방 실천 항목을 표현하는 율동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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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못해 분노와 우울감”

확진자도 일반시민도

불안한 일상에 고통 호소


광주·서울 상담 이어지며

“언제까지 갈지 답답한데

위로와 공감 받으니 힘 나”


광주에 사는 ㄱ씨(57)는 최근 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치민다. 기분이 우울해지면 산책이나 쇼핑 등으로 감정을 누그러뜨렸던 ㄱ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 밖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ㄱ씨는 ‘광주시 코로나19 심리지원단’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은 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대로 외출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분노와 우울한 감정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ㄱ씨에게 전문상담원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그런 감정을 호소하고 있고 부정적 감정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니 상담을 통해 이겨나가자”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안감과 우울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심리방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광주시는 26일 “지난 18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코로나19 심리지원단’에 시민들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전화 등을 통해 진행된 상담은 모두 806건으로 하루 평균 시민 100여명이 상담을 받고 있다.

상담은 확진자와 접촉해 집이나 시설에 격리된 사람들의 요청이 404건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내용의 일반시민 상담도 400건에 달한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모든 시민의 일상에 널리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20대 초반의 ㄴ씨도 혹여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다 상담을 받았다. 아무런 증상이 없었지만 ㄴ씨는 평소 거의 매일 만났던 친구 아버지가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자가격리된 이후 불안감이 커졌다고 한다.

택시운전사인 ㄷ씨(47)는 “손님이 줄어 생계가 걱정인데 내 택시에 확진자가 탈까봐 또 걱정된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답답하고 한숨이 나온다”고 상담했다.

광주시는 “이들이 상담 이후 ‘위로와 공감을 받으니 힘이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화로 24시간 상담을 진행하는 심리지원단 상담사 66명은 모두 재난심리지원교육을 받은 정신건강 전문요원들이다.

서울시도 지난달 초부터 25개 자치구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자살예방센터와 연계해 심리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단은 지난 25일까지 총 4365건을 상담했다. 자가격리자들은 혹시라도 자신의 잘못으로 가족에게 전염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자가격리자뿐 아니라 일반 상담자들도 수면장애, 우울감, 공포감 등을 겪고 있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전민 광주시 코로나19심리지원단장(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감염위기 상황에서 불안과 우울·공포 같은 부정적 감정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반응이며 대부분 정신과 질환이 아니다”라면서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 등을 응원하는 것이 정신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현석·류인하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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