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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사설]고위공직자 30%가 다주택자, 이래서 주택정책 신뢰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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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3명 중 1명은 다주택 보유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 공개를 한 정부 고위공직자 750명 중 248명(33.1%)이 다주택자이고, 3주택 이상 보유자도 52명에 달했다. 청와대에선 비서관급 이상 49명 중 16명(32.6%), 국회의원 287명 중 100명(34.8%)도 다주택자였다. 청와대·정부·국회 예외 없이 다주택자가 3분의 1인 것이 공교롭다. 해마다 사람이 바뀌었지만, 2018년 30.1%이던 다주택 고위공직자 비율은 2019년 26.8%로 줄었다가 다시 늘었다. 석달 전 고강도의 12·16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청와대-경제부총리-국토부 장관-여당 원내대표가 쏟아낸 ‘고위공직자 1주택 보유’ 권고가 모두 무색해진 상황이다.

유독 눈총을 받는 곳은 청와대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내 2채 이상 보유한 수석·비서관에게 ‘이른 시일 내 1채만 남기고 팔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지목된 11명 중 7명은 지금도 수도권 내 2주택자, 9명은 수도권·투기과열지구에 2주택자로 남아 있다. 공직 기강을 감독하는 김조원 민정수석도 본인·부인 명의로 강남구 도곡동·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 2채를 신고했다. 처분 권고 닷새 전엔 청와대 참모 65명의 부동산 가격이 3년 새 3억2000만원이나 올랐다는 시민단체 발표가 있었다. 여론은 들끓고 청 내부적으로 승진·임용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엄포도 놨지만 공염불이 된 것이다. 김현미 장관이 “1채만 남기고 팔라”고 권고한 국토부와 산하기관에서도 고위공직자 12명(36%)이 다주택자였다.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은 서울 마포·대구·대전에 4채를 보유했다. 주택정책을 지휘할 청와대와 국토부로선 ‘말이나 하지 말지’ 소리를 들어도 얼굴을 들 수 없게 됐다.

아무리 공직자라고 해도 사유재산권이 보장되는 나라에서 집을 팔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청와대가 ‘솔선수범’을 권고하고, 홍남기 부총리도 “공직사회에 비슷한 원칙이 적용되는 게 맞다”고 호응했을 것이다. 노부모 봉양을 이유로 댄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 다주택자는 부동산을 잡겠다는 정부 의지와 따로 움직였다. 공직자의 신뢰가 정책의 신뢰도를 가르는 세상이다. 다급할 때 내뱉은 대통령비서실장의 말이 허언이 되어선 안된다. 집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과 다주택 처분 권고는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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