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쓰러지고, 부서지고…‘빛 테마파크’가 흉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충주 세계무술공원 부지 ‘라이트월드’ 두 달째 영업 중단

경향신문

충북 충주시 세계무술공원 내 ‘충주라이트월드’의 울타리에 접근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4만㎡ 5년 계약한 운영업체

부지 일부 불법 임대·체납에

허가 취소되자 시에 소송


시설 파손된 채로 방치 ‘눈살’

주민들 “공원 시민에 환원을”


지난 25일 오후 충북 충주시 금릉동 세계무술공원. 61만7000㎡ 규모의 공원 한편에 설치된 흰색 철제 울타리가 눈에 들어왔다. 울타리에는 ‘위험! 접근금지’라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세계무술공원 부지에 자리 잡은 ‘충주라이트월드’다. 이곳은 지난달 영업을 중단했다. 매표소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매점 등의 시설물 내부는 텅 비었다.

충주의 대표 문화재 중앙탑을 형상화한 조형물에는 ‘시설물에 무단 침입하거나 조작·훼손하면 형사 처벌되니 유의하라’는 경고문이 붙었다. 라이트월드 내부 곳곳에는 고철로 만들어진 정크아트 등 수십개의 조형물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전모씨(33)는 “낮에 종종 이곳을 산책하는데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흉물스러운 곳을 돌아다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지난달부터 영업을 중단한 이곳은 조명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공간인 충주 세계무술공원 일부를 빌린 라이트월드는 영업 중단 후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라이트월드는 2018년 충주시로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사용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세계무술공원 14만㎡를 임차했다. 이곳은 LED 조명으로 만든 루미나리에 등의 조형물을 설치해 볼거리를 선보이는 빛 테마파크로 조성됐다.

운영을 시작한 업체 측은 부지 일부를 타 업체에 무단으로 임대하는 불법 전대 문제를 일으켰다. 임차료 지급도 차일피일 미뤘다. 충주시는 지난해 10월 임대료 체납과 시설물 불법 전대 등을 이유로 시유지 사용수익허가 취소를 통보했다. 라이트월드가 체납한 임대료는 2억1500만원에 달한다.

업체는 충주시의 결정에 반발해 법원에 시유지 사용수익허가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현재 이 업체는 지난달 초부터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것이 휴업 이유다. 충주시는 수익성 악화 등으로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향신문

탑 모양 조형물이 쓰러진 채 방치돼 있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업 중단 이후 시설물 관리도 되지 않고 있다. 공연장에 배치된 의자들도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나무로 만든 탑 모양의 조형물도 쓰러졌다. 최근 강풍으로 루미나리에도 파손된 상태로 수일째 방치되고 있었다.

최모씨(18)는 “라이트월드가 생기기 전에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위화감이 느껴진다”며 “세금이 들겠지만 충주시가 이곳을 시민들의 품으로 다시 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주시와 라이트월드의 법적 다툼으로 시설 철거 등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충주시 관계자는 “업체 측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시유지 임대 계약이 아직 유효하다”며 “시설물은 민간 소유여서 충주시가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파손된 시설 등은 업체에 연락해 보수토록 했다”며 “재판 결과에 따라 시설 철거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