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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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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文처럼 '삼고초려'…黃의 김종인 영입, 총선판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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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이번엔 미래통합당 ‘구원투수’로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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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6일 오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자택을 찾아 김종인 전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제공


26일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게 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직접 자택까지 찾아가는 등 ‘삼고초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16년 제20대 총선 전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삼고초려로 비대위 대표를 맡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김 전 대표가 민주당의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었던 만큼, 이번에도 통합당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합당은 26일 김 전 대표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4·15 총선을 단 3주 남긴 시점에 김 전 대표가 선대위 ‘원톱’으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온 황 대표는 출마지인 서울 종로 선거에 집중할 예정이다. 통합당의 김 전 대표 영입은 지난달 말부터 꾸준히 거론돼왔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서울 강남갑 공천 문제 등을 지적한 일로 논란이 일면서 유야무야되는 듯 했다. 황 대표가 직접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김 전 대표 영입은 물 건너갔다는 말도 나왔으나, 여전히 공천 관련 갈등이 빚어지는 등 당내에서 위기감이 관측되자 황 대표가 직접 나서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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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사진은 과거 김 전 대표와의 인터뷰 장면. 자료사진


황 대표는 이날 오전 박형준·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김 전 대표의 자택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전날 ‘김 전 대표의 영입이 여전히 검토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영입이) 무산된 바 없다”며 “논의 과정에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통합당이 이미 선대위 인선과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삼고초려까지 해 가며 김 전 대표를 영입한 것이 이례적인 일이란 평가도 나온다.

통합당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에 대해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을 가장 통찰력 있게 볼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분들을 모시는 건 선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종로에서 맞붙는 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지지율을 좀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괄선대위원장까지 계속 맡았다간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는 점도 삼고초려의 한 이유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정계 원로인 김 전 대표가 정치 신인에 가까운 황 대표에 비해 선거 경험이 풍부하고, 수 차례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력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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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운데)가 2016년 제20대 총선 전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총선 결과 민주당이 제1당이 됐다. 자료사진


5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대표는 최근 10년 간 여야를 오가며 굵직한 행보를 이어왔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등 새누리당의 핵심 공약을 설계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면서 ‘박근혜의 경제교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비판하며 새누리당과 결별한 그는 2016년에는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민주당 문 대표는 총선을 넉달여 앞두고 삼고초려한 끝에 김 전 대표를 영입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3월 탈당한 뒤 안철수 전 의원의 ‘멘토’ 역할을 하며 그의 대선 출마를 도왔으나 안 전 의원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중앙 정치권에 거의 관여하지 않으며 지내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통합당의 이번 김 전 대표 영입이 총선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총선이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당내 공천 작업이 사실상 끝난 상황이라 김 전 대표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80세인 김 전 대표의 원로 이미지가 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란 의견과 그가 10년 동안 진보·보수를 옮겨가며 정체성이 흐릿해졌다는 점도 이런 관측이 나오는 한 이유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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