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기술 정의가 법적 판단 핵심 기준
법적 모호함에 대화방 참가자들 불안감도 ↑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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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송승윤 기자] 메신저 텔레그램 속 'n번방'이나 '박사방' 등에서 불법 성 착취 동영상을 이용한 사람들을 모두 공개하고 처벌하라는 여론이 거세지만, 현실적으로 소극적 가담자까지 처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텔레그램 메신저의 기술적 특수성 때문인데, 해당 기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가 향후 재판 등 절차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텔레그램의 '스트리밍(실시간재생)' 기술이다. 텔레그램은 특정인이 대화방에 입장해 스크롤만 올리고 내리거나 클릭하는 행위만 해도 사진과 영상이 자동으로 다운로드 되는 형식을 띄고 있다. 이용자가 따로 저장 위치를 지정하지 않아도 사진이나 영상 등이 저절로 저장되는 식이다. 디지털 장의사업체 이지컴즈 박형진 대표는 "시청 행위와 다운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방식"이라며 "디폴트값(기본설정)이 그렇게 설정돼있다면 나도 모르게 파일이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이 음란물을 '소지'했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처벌 여부를 가린다는 점에서, 스트리밍 기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법적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음란물을 단순히 시청만 했을 경우 처벌할 규정은 없다. 다만 음란물 속 인물이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소지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
법조계에선 스트리밍을 통한 음란물 이용을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과 아니라는 시각이 양립한다. 오기정 법무법인 태신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다운로드 행위는 소지로 보고 처벌하지만 판례 해석상 스트리밍을 통한 시청은 처벌이 어렵다"면서 "단순 시청을 통한 저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이뤄지는지가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 전문 로펌 태크앤로 구태언 변호사도 "본인도 모르는 기술적 방법 때문에 저장이 된 경우까지 처벌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법적 모호함은 '성 착취 음란물'을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서 접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성 착취 동영상이 유포된 대화방의 참가자를 단순 합산하면 약 26만명(중복 집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도 조주빈(25)이 운영한 박사방에 최대 1만명이 접속한 경우도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커뮤니티 등에는 n번방 탈퇴나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묻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n번방 영상이 업로드됐던 다른 음란물 사이트에 대한 처벌 기준을 놓고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 법적 처벌 기준', 'n번방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단순 이용자도 처벌을 하느냐' 등의 질문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25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n번방' 가입자 신상 공개와 전수조사에 대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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