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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필동정담]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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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을 출입할 때다. 몇몇 정치인들을 두고 "어떻게 국회의원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더니 당시 정치부장이 "지금 국회에 당신보다 못한 사람 아무도 없다"고 면박을 주는 게 아닌가. 젊은 기자의 오만을 경계한 충고 정도로 생각했는데 여의도 바닥을 알게 될수록 그 말이 액면 그대로 사실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가망성 있는 지역구나 당선권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야 한다. 공천 과정은 기본적으로 난장(亂場)이지만 그렇다고 제비뽑기는 아니다. 그 흑막의 암투에서 승자가 되려면 치열함은 기본이고 실력 혹은 매력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

이번 총선 공천도 예년만큼이나 시끄럽다. 후보 중 몇몇은 옷깃을 스친 인연이 있어 좀 더 관심을 갖고 보았다. 처음 이름이 나왔을 때 '맹호출림(猛虎出林)'이 떠오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글쎄…'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 사람도 있다. 공교롭게도 후자에 속한 인물 서너 명이 공천이 뒤집히거나 해서 최종에는 탈락했다. 이유를 생각해본다. 나는 이들과 스쳐갈 때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력 결여를 상쇄할 만큼 대단한 실력은 아니었다.

정치인의 매력은 인간에 대한 열정에 비례하며 대화를 통해 발현된다. 상대 불문 공통 화제를 끄집어내고 흥미를 유지할 수 있다면 기본 자질이 있는 것이다. 호기심과 에너지, 식견, 유머, 열린 귀, 기억력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 탈락자 중 한 명은 모든 대화가 자기 고생담·성공담으로 환원되는 사람이었다. 또 다른 한 명은 자의식이 강했고 또 한 명은 따분했다. 나는 그런 정치인을 별로 만나지 못했다.

국회의원 몸값이 예전같지 않아도 여의도를 출세의 정점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있다. 대개 권력에 대한 욕망만 있을 뿐 목적의식은 없는 사람들이다. 운이 좋아 국회 입성에 성공하더라도 묘비명에 경력 한 줄을 추가하는 데 그칠 것이다. 잘하면 무해무익, 못하면 유해무익이다. 그런 국회의원은 해서 뭣하나.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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