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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충무로에서] 코로나 사태 속 K바이오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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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높아진 K바이오 위상에 가슴 뿌듯한 일이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만 해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데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다.

이미 우리는 코로나19 진단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안 돼 4개 진단키트가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단기간에 전 세계 최다 진단 기록을 세웠다. 국산 키트의 신속성과 정확성은 전 세계에서 찬사를 받으며 수출 쾌거를 이뤄내고 있다. 진단에 드라이브스루를 도입해 의료 선진국 미국마저 따라하게 만든 것은 K바이오의 실력과 창의성이 결합해 나온 결과다. 확진자 사망률이 세계 최저일 만큼 뛰어난 의술과 효율적인 의료체계 역시 돋보였다. 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우수 인력과 대규모 투자가 바이오산업에 집중돼 온 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번 K바이오 성과는 고무적이지만 우려되는 점이 없지는 않다. 일부 기업들은 개발 중인 물질이 코로나19와 조금만 관련 있어도 이 틈에 자료를 내고 몸값을 띄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기존 의약품과 물질을 상대로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을 한다는 소식에 관련 주가가 들썩인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기존 독감과 달라 신규 플랫폼을 찾아야 하고, 임상 절차를 간소화해도 신약은 금세 나오기 힘들다. 후보물질 100개 중 1~2개만이 최종 신약이 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같은 변종 바이러스는 더 어려울 수 있다. 개발 진입만 선언해놓고 이후엔 '아니면 말고'가 될 우려가 크다. 무작정 기대감만 높여 또 한번 바이오 거품을 만들어낼지 모른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에서는 전염병 사태로 전 세계가 사투를 벌이는 장면들이 나온다. 홍콩발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도시는 폐쇄되고 사재기와 약탈이 발생한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자 '개나리 액'이 효과가 있다는 과장된 소문이 한 블로거에 의해 양산되면서 개나리 액 가격은 치솟고 사람들은 이를 구하려 약국을 때려 부수기까지 한다. 그 블로거는 "(전염병으로) 누구는 죽지만 누구는 돈을 번다"고 태연히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의 느슨한 입국 제한이나 마스크 대란 등 아쉬운 점이 있지만 K바이오 실력은 칭찬받을 만하다. 정부로선 이제 과감한 규제 혁파와 지원을 가속하는 일만 남았다. 그에 앞서 미증유의 혼란을 틈탄 기업들의 과장된 정보 남발은 사라져야 한다.

[과학기술부 = 김병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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